[철도-발전 총파업]안이한 정부 禍키워

  • 입력 2002년 2월 25일 18시 00분


철도와 발전, 가스 등 3개 공공부문 노조가 25일 전면파업에 돌입하자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 노조가 25일 새벽 파업 돌입을 선언하기 직전까지도 “설마 공공부문이 국민을 볼모로 하는 파업까지 벌이겠느냐”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 등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민영화 철회를 위한 노정(勞政) 일괄교섭’을 요구하자 원칙론을 내세우며 일절 응하지 않았던 것에는 이러한 인식도 배경으로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철도와 발전, 가스 등 국가기간 사업의 민영화 정책이 착수된 지 2∼3년이 흐르는 동안 해당 조합원들이 불안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으나 정부는 이들을 안심시키고 설득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방용석(方鏞錫) 노동부장관은 25일 “3개 노조가 우선 ‘민영화 철회’를 요구하는 바람에 근로조건과 단체교섭은 제대로 협상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노조측이 “사용자측이 개선안을 24일 밤 늦게야 제시하는 등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게다가 철도(철도청 서울사무소)와 발전(서울 마포 중앙노동위원회) 가스(서울 힐튼호텔) 등으로 각각 나뉘어 진행되던 노사 교섭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요구에 따라 서울 명동으로 사측대표를 이동시켜 결과적으로 노조의 결집력을 키워준 것도 정부의 실책으로 꼽힌다.

한편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양대 노총이 총파업을 선도한 것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강경 대응을 천명하는 등 정부가 강경 기조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노정 관계가 상당 기간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노정 관계는 지방선거와 월드컵대회를 앞둔 3∼5월 노동계가 진행할 임단협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계는 이 기간 중 △근로조건 악화 없는 주5일 근무제 도입 △공무원노조 즉각 도입 등 정부에 대한 요구 수위를 한층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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