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화옹호 '제2의 시화호' 우려

  • 입력 2002년 1월 24일 19시 09분


경기 화성시 서해 앞바다를 막아 대규모 농경지를 조성하는 화옹호 사업을 둘러싸고 최근 수질오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는 화옹호 방조제 공사를 올 상반기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경기도에 통보하고 올 초부터 공사를 재개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와 경기도, 화성시 등은 “수질개선 대책을 마련 중인데 농업기반공사가 왜 공사를 강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먼저 환경기초시설을 만든 뒤 방조제 공사는 나중에 해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화옹호 사업은 화성시 서신면과 우정면 사이 9.8㎞의 바다를 막아 1730㏊의 담수호와 4482㏊의 농경지를 만드는 것으로 91년 착공됐는데 완공 목표는 2012년이다.

총 3200여억원이 들어가는 방조제 공사와 부대시설 등 1단계 공사는 현재 공정 75%선으로 2004년 10월 완공 예정이다. 현재 방조제는 길이 1㎞를 남겨두고 있으나 수질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98년부터 부분적으로 공사가 중단돼 왔다.

▽수질 오염 등 문제점〓화옹호에는 화성시 서신면과 장안, 남양, 우정면 등에서 사육 중인 젖소와 돼지 등 10만7000여마리의 축산 폐수와 100여 업체에서 발생하는 하루평균 1만여t의 오폐수가 유입되고 있다. 생활하수까지 감안하면 하루 3만t의 오염물질이 화옹호로 흘러드는 셈. 그러나 현재 오염원 유입을 막을 환경기초시설이 전무한 상태다.

농업기반공사와 경기도는 2000년 10월 총 1380억원을 들여 3만1000t 처리 규모의 하수처리장 2곳과 축산폐수 자원화시설, 인공습지와 침강지 등을 조성하는 내용의 ‘화옹호 수질개선대책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화성시가 시비 197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가 지난해 3월 보완 지시를 내려 경기도가 세부 대책을 용역 의뢰한 상태다. 올 3월 용역 결과가 나오면 환경부가 재검토해 최종 수질개선 대책을 확정할 방침이다.

화옹호와 시화호 비교
화옹호시화호
전체사업 면적6212㏊1만7300㏊
호수 면적1730㏊6100㏊
간척지 면적4482㏊1만2200㏊
저수량5400만t3억3000만t
유역 면적2만3580㏊4만7650ha
방조제 길이9.8㎞12.7㎞
공사 기간1991∼2004년1987∼2001년
공사비(1단계)3226억원8300억원

▽공사 반대〓환경부와 경기도, 화성시는 “종합적인 수질개선 대책이 나온 뒤 공사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며 “공사를 강행하면 화옹호의 수질오염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14개 환경단체들도 “환경기초시설 없이 진행될 경우 화옹호 사업은 수질오염 문제가 심각한 시화호(경기 안산시)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며 “‘제2의 시화호’가 되지 않으려면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오산화성환경운동연합 이홍근 사무국장(37)은 “국가에서 쌀 증산 정책을 포기했는데 수천억원을 들여 갯벌을 없애고 농경지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농업기반공사 입장〓농업기반공사는 환경단체 등의 수질오염 우려는 실제로 별 문제가 안 되며 기존 방조제 유실 등으로 공사를 무조건 지연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화옹시화사업단 박형준 부장(48)은 “화옹호는 시화호에 비해 담수호 면적대비 유역면적 비율이 1.7배로 물의 순환 주기가 배 이상 빠르다”며 “물막이 공사를 하더라도 120m의 배수갑문을 통해 초당 2600t의 해수가 유통되기 때문에 사실상 수질오염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화성〓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