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부터 독립지키자”…지검장, 총장에 시시콜콜 보고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10분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퇴진과 새 총장 임명을 계기로 약 30년 동안 이어져온 서울지검장의 ‘검찰총장 면담’(업무보고)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검찰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검장이 정기적으로 검찰총장을 만나 수사상황과 정보를 보고하는 검찰총장 면담 제도는 정치권의 수사 개입 빌미를 제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실태〓서울지검장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총장에게 업무보고를 한다. 통상적으로 총장과 단독으로 만나는데 대검 차장이 ‘실세’일 경우 배석하기도 한다.

오전 10시경부터 시작되는 면담은 정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서울지검의 공안부 특수부 형사부 수사상황은 물론 사소한 정보보고까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의 경우 전국 주요사건의 70% 이상을 처리하고 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은 90% 이상 수사하기 때문에 검찰총장은 이 면담을 통해 수사상황과 동향을 파악한다.

역대 정권의 권력 핵심에서는 총장을 통해 검찰의 수사상황 등을 파악하고 협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래 및 외국의 사례〓서울지검장의 총장 면담은 60년대 말∼70년대 초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절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퇴직한 한 검찰 원로에 따르면 당시 박 대통령 등 권력 핵심이 중요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에게 물어봤는데 총장이 대답을 잘 못하자 “총장이 업무 장악도 못하느냐”며 질책했다는 것. 이후 검찰총장이 서울지검장을 불러 업무 및 정보보고를 받는 관행이 굳어졌다는 것이다.

서울 이외의 지검장이 직접 총장을 면담해 업무보고를 하는 경우는 없다.

일본의 경우 도쿄(東京)지검장이 ‘검사총장’(한국의 검찰총장에 해당)에게 보고한 전례가 ‘록히드 사건’ 때 등 여러 차례 있었으나 중요사건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졌으며 정례적인 면담은 없다. 미국에는 그런 제도 자체가 없다.

▽논란〓검찰 간부들조차 서울지검장의 총장 정례 면담 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한 차장급 검사는 “역대 정권이 총장을 임명하고 그 총장이 서울지검장을 통해 중요사건을 파악한 뒤 수사방향을 좌지우지해 온 데에서 검찰의 비극이 이어져왔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검사도 “총장은 검찰의 좌표만 세우면 되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사소한 내용까지 보고받을 필요는 없다”며 “총장이 사건 내용을 모르면 정치권이 검찰에 개입할 빌미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전투 중에 사단장이 참모총장의 결재를 받고 다시 전투를 계속할 것인지를 지시받는 꼴”이라고 말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만 되면 다음날 면담자료를 준비하느라 머리가 아프다”며 “보고할 거리를 찾느라 업무에도 큰 지장을 받는다”고 말했다.

▽대안〓검사들은 서울지검장의 총장 정례 면담을 없애고 꼭 필요한 경우 비정기적으로 업무 보고와 협의를 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전면적으로 폐지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횟수라도 줄여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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