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전용로 적치물 단속을"…불법점거 심각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8시 10분


23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종합시장 앞 중앙로. 성남 구시가지 중심지인 이곳 인도에는 폭 2m가량의 적갈색 콘크리트로 포장된 자전거전용도로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행인들만 분주히 오갈 뿐 자전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중앙로에서 종합시장으로 연결되는 진입로 때문에 자전거전용도로는 얼마가지 않아 끊기기 일쑤였고 불법주정차 차량과 상인들이 내놓은 물건 등으로 인해 보행자들이 지나다니기에도 비좁았다.

한 상인은 “그냥 걸어다니기도 어려운데 누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겠느냐”고 말했다.

경기 도내에는 이처럼 이름만 자전거전용도로일 뿐 제 기능을 못하는 곳이 많다. 97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전거전용도로와 보관시설을 만들고 홍보를 했지만 정작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늘지 않고 있다.

현재 도내 자전거전용도로는 총연장 1367㎞이고 자전거보관시설은 3만8703대 수용 규모다.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횡단보도 턱 1만128곳을 낮추기도 했다. 올해까지 모두 988억원이 투입됐다.

경기도내 자전거 이용시설 현황
구분전체 계획
(2010년 목표)
2001년말 현재달성률
(%)
자전거 도로(㎞)4596136729.7
자전거 보관대(대)227,46038,70317.0
보도 턱 낮추기(곳)11,61010,12887.2

경기도는 2%가량인 자전거의 교통수송분담률을 2010년까지 10%로 높이기 위해 추가로 2420억원을 들여 전용도로 3229㎞와 18만8757대분의 자전거보관시설을 설치하고 횡단보도 턱 1482곳을 낮출 계획이다. 그러나 시설확충에만 급급한 나머지 이미 설치된 시설을 보수하거나 적극적인 활용 방법을 찾는 데는 소극적이다.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등 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도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편이지만 노점상과 불법 적치물, 잦은 공사 등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

분당신도시에는 성남지역 자전거전용도로(총연장 126.8㎞) 중 82%인 105㎞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성남시와 성남YWCA가 10월부터 두 달간 탄천변 자전거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35곳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성남시 관계자는 “일부 교량 난간이 파손돼 추락위험이 있고 경사로가 급해 탄천으로 빠질 위험성이 큰 곳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내년에 예산을 들여 보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산신도시 주엽역과 마두역 상가밀집지역도 노점상들이 즐비한 데다 지하철 환풍구까지 곳곳에 있어 자전거 이용자들은 곡예운전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 자전거전용도로가 보도와 구별되지 않아 사고위험도 높은 편이다.

고양녹색소비자연대 김미영 사무국장(35)은 “자전거전용도로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자전거를 이용하는 데는 상당한 불편이 따른다”며 “자전거전용도로를 보행자 통로와 구별하고 도로 내 적치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불법 적치물과 노점상, 불법 주정차 등을 단속하러 나가면 ‘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쓸모도 없는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어 놓고 귀찮게 구느냐’고 반발하기 일쑤”라며 “주민들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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