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리스트’ 정말 있나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7시 10분


MCI 코리아 소유주 진승현(陳承鉉)씨가 로비자금을 건넨 정관계 인사들의 명단이 적혔다는 이른바 ‘진승현 리스트’ 는 존재하는 것일까.

‘진승현 게이트’ 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고위 관계자는 13일 “진씨가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부 차관 말고도 10여명에게 돈을 준 시기와 액수 방법 등이 적힌 명단이 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고 못박았다.

그나마 진씨가 몇몇 사람을 거론했지만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경제과장 등 지금까지 공개된 이름 뿐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 정도가 리스트라면 지금이라도 하나 만들어 내겠다” 며 집중되는 관심을 평가절하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진씨가 지난해 검찰 출두를 앞두고 돈을 준 사람들의 이름 정도를 적어놓은 ‘메모’ 라면 모르겠지만…” 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그는 기자들이 “메모가 있기는 있는 거냐” 고 되묻자 “메모가 있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 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의 이같은 반응은 수사 초기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검찰은 2주 전 ‘여야 정치인 28명의 이름이 적시된 리스트가 있다’ 는 보도가 나가자 “일고의 가치도 없다” 고 펄쩍 뛰었다.

리스트의 존재는 곧 지난해 4·13 총선자금 등 정치권을 겨냥한 로비가 향후 수사의 초점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은 줄곧 “드러나면 예외없이 처벌한다” 고 말해왔다.

검찰 주변에선 리스트가 확인되면 ‘진승현발(發) 정치권 빅뱅’ 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재수사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이 검찰 수사에 대해 ‘침묵’ 을 지키는 것도 리스트가 불러올 파장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리스트가 나올 경우에는 지난해 검찰의 1차 수사가 왜 흐지부지됐는지도 드러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에선 지난해 수사가 재수사와 비교할 때 ‘실패작’ 으로 그친 것은 리스트가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수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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