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증축 지자체조례걸려 난관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9시 56분


“정부는 ‘무조건 교실을 늘려라’고 하는데 지방자치단체 조례 때문에 교실 증축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됩니까?”

경기 성남시 분당구 태원고의 경우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학급당 학생 정원을 35명 이내로 줄여야 해 내년 새 학기 전까지 교실 20개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 7학급에 대한 증축공사만 벌이고 있을 뿐 나머지 13학급은 성남시 건축 관련 조례 때문에 짓지 못하고 있다.

성남시 조례에는 보존녹지에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용적률(토지면적에 대한 건축연면적 비율)이 60%로 제한돼 있어 부지 대부분이 보존녹지인 이 학교는 7학급만 더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조례의 용적률을 도시계획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80% 이내로 상향 조정하거나 이 학교 의 보존녹지 일부를 용적률이 80%인 자연녹지로 변경해야만 나머지 교실 증축이 가능한 실정이다.

학교 측은 올 9월부터 교실 증설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해왔다. 학교 측은 경기도지사와 성남시장을 면담해 “학교를 짓는 일이니 돕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정작 실무자들은 “현재 상태에서는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태원고 강원춘 교장(45)은 “중앙 정부는 교실을 지으라고 하고 지자체에선 관련 조례에 묶여 할 수 없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며 “내년에는 실험실 등을 개조해 임시로 수업을 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특정 학교를 위해 보존녹지를 자연녹지로 변경하거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것은 특혜로 비칠 소지가 있어 곤란하다”고 말했다.

교실증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태원고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내 상당수 학교들이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거나 용적률과 건폐율 제한 등으로 인해 현재까지 착공도 못하고 있다.

의정부시 경민고는 10학급을 증설해야 하나 부지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손도 못 대고 있다. 경민고는 내년 신입생을 현재 교실수에 맞춰 학급당 35명씩 350명을 받고 2, 3학년은 학급당 47명씩 수업을 계속해야 할 형편이다.

16학급을 신설해야 하는 안양 신성고도 자연녹지 내 용적률(50%)에 묶여 한 학급도 증설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내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2월 말까지 도내 213개 고교에서 총 1771 학급을 증설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착공조차 못한 것이 28개교 230학급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내년에는 특별활동실과 실험실 등을 교실로 임시 개조해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7차 교육과정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현재보다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성남〓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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