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어쩌다 이지경까지 下]위기극복 방안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39분


죄인이 검사를 두려워하는가, 아니면 검사가 죄인을 두려워하는가.

정답은 당연히 전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특히 ‘권력’이 연루된 사건에서 그렇다. 검찰은 권력형 비리 사건의 ‘죄인’ 앞에서는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국가정보원 김은성(金銀星) 전 2차장과 김형윤(金亨允) 전 경제단장 금품수수 의혹 사건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이들의 금품수수에 대한 진술을 받고도 1년가량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연재순서▼

- <上>참담한 검사들
- <中>위기의 뿌리는 人事
- <下>위기극복 방안

그 이유는 무엇인가. 검사들조차 그 대답은 자명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권력기관의 핵심인사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정치권 핵심 실세들과 가까운 관계였다. ‘진승현(陳承鉉) 게이트’ 재수사 파동 때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그 직접적인 책임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더욱 근원적인 책임은 정치권력에 있다는 지적이다. 권력이 검찰에 영향을 미치면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에 대해 권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통로’는 ‘인사(人事)’다. 권력과 가까운 인사를 요직에 기용함으로써 검찰을 ‘내 편’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5, 6공화국에서 대구 경북(TK) 출신 검사들이 득세하고 문민정부에서 부산 경남(PK) 출신 검사들이 나선 데 이어 현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 검사들의 요직 기용이 두드러진 것이 단적인 증거다.

법조인들은 군사독재정권 붕괴 후 검찰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검찰을 이용하려는 정권의 유혹이 그만큼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정치권이 검찰을 ‘포기’해야 검찰이 살아날 길이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려대 법대 김일수(金日秀) 교수는 “정치권이 검찰에 대한 의존을 포기하는 것이 시급하고 검찰도 공정성을 기하기 어려운 사건은 외부 인사와 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검찰 위원회’ 같은 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문제가 터졌을 때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검찰 내부의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검사들은 “과거 옷 로비 의혹 수사와 3대 게이트 등 주요 사건에서 문제가 있는 수사를 지휘한 검찰 간부들이 대부분 책임은커녕 오히려 좋은 자리로 영전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책임 소재를 정확히 규명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률(金鍾律) 변호사는 “중요 사건을 맡으면 외부의 눈치부터 보는 검사가 요직을 차지하는 한 검찰 개혁은 어렵다”고 말했다.

1998~2001년 주요 검찰 재수사 사건
사건재수사 착수 시기수사 주체처리 결과
경성비리 98년 8월서울지검 특수1부정대철 의원 등 3명 구속 기소
정호선 의원 공천비리 98년 9월광주지검 공안부정 의원 불구속 기소
고관집 절도사건 99년 4월인천지검김강룡씨 추가 기소
김대중 평민당 총재
1만달러 수수 사건
99년 11월서울지검 공안부정형근 의원 불구속 기소
옷로비 의혹 사건 99년 11월대검 중수부김태정 박주선 이형자씨
구속 기소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2000년 9월서울지검 조사부박지원씨 무혐의 확인
심규섭 의원
등록금 횡령 사건
2001년 3월수원지검 평택지청수사 중
정현준 게이트2001년 9월서울지검 특수2부김형윤씨 구속 기소
진승현 게이트2001년 11월서울지검 특수1부수사 중

<이수형·정위용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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