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 "포퓰리즘 교육개혁 실패 수능서 드러나"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8시 33분


곤혹 - 2002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 안희수 서울대교수
곤혹 - 2002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 안희수 서울대교수
13일 국회 교육위는 김성동(金成東)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출석시켜 2002학년도 대입수능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한 교육당국의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널뛰기 수능’과 함께 학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를 지적하면서 “무늬만 개혁, 포퓰리즘 개혁의 예고된 결과”라며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했다.

이인기(李仁基) 의원은 “평가원은 6월 42만여명의 고3 학생 대상 학력평가에서 학생들의 학력이 지난해 보다 낮다는 것을 알고도 지난해 시험이 너무 쉬웠다는 지적만 의식해 무성의하게 널뛰기 수능을 강행한 게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오답을 유도하는 ‘함정식’ ‘비틀기식’ 출제에 학원강사들도 답을 못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해찬(李海瓚) 교육부장관 시절 마련된 대입제도와 규제 때문에 모의고사도 제대로 못 치러 보고 보충수업도 금지당한 학생들이 ‘찍기 운’에 매달리는 신세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정숙(金貞淑) 의원은 “출제위원장은 이번 출제가 잘 된 것이라고 자평했으나 학생들에게 좌절감만 맛보게 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성토했고, 박창달(朴昌達) 의원은 “국민의 정부 교육정책의 실패가 수능시험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며 교육인적자원부장관과 교육평가원장 등의 사퇴를 요구했다.

황우여(黃祐呂) 의원은 “이번 파문은 난이도 조절 실패도 문제지만 학생들의 학력 저하에 근본 원인이 있다”며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독립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일관성 없는 교육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재정(李在禎) 의원은 “시험에 변별력이 있어야 하는데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해마다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며 “문제은행으로 난이도를 안정시키고 수능시험의 복수 응시로 학생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설훈(薛勳) 의원은 “지난해 너무 쉽게 출제됐다고 해서 올해는 너무 어렵게 출제하는 등 교육정책이 왔다갔다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이라며 “앞으로 수능시험은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검증하는 수준에 머물고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은 대학의 몫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덕규(金德圭) 의원도 “시험 난이도에 일관성이 없는 것은 국무총리 산하에 있는 교육평가원과 교육부가 의견 조율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김 원장은 “향후 수능 출제 관련 상설기구를 설치해 양질의 문항을 개발 연구하고 적정 난이도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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