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서 알몸수색 안된다”…대법 “기본권 침해” 판결

  • 입력 2001년 11월 7일 18시 27분


경찰이 행형법(行刑法) 등 관계법령에 따라 피의자를 구금시설에 수용하면서 신체검사를 할 때 함부로 알몸수색을 해 명예나 수치심 등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규홍·李揆弘 대법관)는 경찰의 알몸수색으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민주노총 여성조합원 박모씨(24)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지난달 26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유치장 구금 전 신체검사는 피의자의 자살과 자해 방지, 유치장 절서유지 등에 필요한 최소 범위에서 명예나 수치심의 손상 없이 이뤄져야 한다”며 “박씨 등이 유치장에 수용될 때 흉기 등을 은닉했다고 볼 만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만큼 경찰의 알몸수색 등 지나친 신체검사는 위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경찰이 알몸수색의 근거로 제시한 경찰청 훈령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은 행정조직의 내부명령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처분이라고 해서 적법하다고는 볼 수 없으며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오랫동안 반복돼 왔고 이에 대한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박씨 등은 지난해 3월 20일 경기 성남시 성남동에서 민주노총 소식지를 배포하다가 연행돼 조사를 받던 중 여자경찰관 등에게서 알몸수색을 당하자 국가와 경찰관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400만원씩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판결을 받아냈으나 2심에서 패소하자 상고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6일 보건의료노조의 병원파업 때도 경찰의 알몸수색이 문제가 됐으며국가와 담당 경찰관 등을 상대로 2, 3건의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판결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해 “경찰의 편의적 수사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알몸수색이 문제된 이후 훈령을 2차례 개정해 지금은 체포된 현행범 중 파렴치범이 아닌 경우에는 간이 신체검사만 하고 있다”며 “그러나 자해 가능성에 대한 판단 등이 쉽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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