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감, 이용호게이트 수사발표]'李 석방' 외압 정말 없었나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33분



이용호(李容湖)씨 금융비리 사건에 대한 지난해 서울지검의 불입건 조치 과정을 조사해 온 특별감찰본부(한부환·韓富煥 대전고검장)는 12일 이덕선(李德善·당시 특수2부장) 군산지청장에 대해 사표수리와 함께 직권남용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감본부는 또 임양운(林梁云·당시 3차장) 광주고검 차장, 임휘윤(任彙潤·당시 서울지검장) 부산고검장의 사표도 수리했으나 핵심 의혹사항인 ‘외압 및 내압’ 여부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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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 책임 및 처리〓특감본부는 이 지청장이 지난해 5월10일 긴급체포됐던 이씨를 석방하기 전 진정인측 강모씨의 부탁을 받고 이씨를 검사실로 불러 “진정인 심모씨와 합의하라”고 종용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또 임 차장은 같은 해 4월 하순 자신과 중학교 동기이면서 이씨와 친한 윤모씨(로케트전기 전 전무)에게 “문제가 많은 사람 같은데 그 사람 일로 연락하지 마라. 현재 특수2부에 이씨에 대한 투서가 들어와 있다”고 말해 결과적으로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차장이 사표를 냄에 따라 징계의견대로 절차는 밟지 않기로 했다.

특감본부는 임 고검장의 경우 99년 8월 이씨에게 조카 호균씨의 취업청탁을 해 고위 검찰간부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하고 지난해 5월8일 임 차장에게 이 사실을 말한 점, 전반적인 지휘책임 등을 지적했으나 징계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한편 주임검사였던 김인원(金仁垣) 검사는 ‘수사 소홀’을 이유로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았다.

▽남는 의혹〓특감본부는 이씨가 석방 및 불입건되는 과정에 지휘부 3명이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김 검사에게 사건처리에 대한 직접적이고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씨를 석방한 것은 구속할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김 검사의 결정인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또 이씨에 대한 불입건 결정은 이 지청장이 직무를 태만히 해 사건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김 검사에게 제안했고 당초 불구속 기소를주장한김 검사가 이를 받아들여 취해진 조치라고 특감본부는 밝혔다.

한부환 특감본부장은 “당시 진정인측이 낸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수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수사팀의 미숙함과 지휘부의 판단잘못도 사건의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 본부장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으나 조사결과는 사안의 성격상 관련자들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인 만큼 ‘진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사건을 직접 제보받아 수사를 지시했던 이 지청장이 4개월 뒤인 7월에는 기소의견을 낸 주임검사를 설득하면서까지 이씨를 입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특감본부의 조사결과는 설득력이 약하다.

특감본부는 또 이씨 사건의 핵심 참고인이면서 지난해 4월 임 차장에게서 이씨에 대한 내사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윤씨를 소환조사하지 못했다.

윤씨는 이씨와 세 차례나 리빙TV 주식을 사고 팔았으며 연고를 배경으로 여권 정치인 및 검찰, 국가정보원 등의 간부들과 가깝게 지낸 인물로 알려졌으나 사건이 터진 뒤인 지난달 19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결국 윤씨와 관련된 조사결과는 임 차장의 일방적인 진술에 불과한 셈이다.

일부에서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을 생명처럼 여기는 검찰의 생리상 임 고검장이 “조카가 이씨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나 임 차장이 “이씨를 동향모임에서 본 적이 있다. 뭐 그런 사건을 급히 하려 하느냐”고 발언한 것은 후배검사에게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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