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문화일보 고문 野 강연]"언론조사 대통령 감정 개입"

  • 입력 2001년 9월 4일 23시 10분


김진현(金鎭炫) 문화일보 고문이 4일 한나라당의 언론인 출신 의원과 언론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이 초청한 조찬 강연에서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는 사주를 구속하는데 필요한 건을 찾기 위한 것이었으며, 대통령 개인의 감정이 많이 개입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국세청 조사요원이) 동아 조선에 40여명이 투입됐고 문화일보에도 15명이 투입됐는데, 세금을 걷기 위한 것이라면 그런 엄청난 인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이번 세무조사는) 정권재창출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강연 및 문답 요지.

▼강연▼

87년 6·29선언 이후 겉으로는 언론 자유가 신장됐으나 과다 언론에 의해 극단의 상업주의가 퍼지고 관치(官治)는 더욱 심해졌다. 관치언론매체의 수가 늘어나고 KBS MBC 등 정부 장악 매체의 비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관치 미디어의 주요 포스트가 거의 친여적인 인사들로 채워졌다.

TV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권의 텔레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대통령 개인의 TV가 됐다고 생각한다. 언론정상화 작업은 KBS MBC 등에 대한 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KBS가 제작한 ‘IMF 극복 축하’ 프로그램이 단적인 예다. 지금의 경제상황에 대해 국영방송이 ‘극복했다’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을 모셔다 열린 음악회나 해서야 되나.

동아 조선은 일제시대와 군사독재시대를 거치면서 역사적으로 몇몇 하자가 있다고 해도 그 발행인들과 언론인들은 기본적으로 비판적이었고 저항적이었다. 언론 개혁은 자율적 개혁이 우선이다. 발행부수공사(ABC) 제도의 시행은 시급한 과제다.

-언론사 사주 구속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작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데 대해 정권측에서는 한국인이 최초로 노벨상을 받았다고 들떠 있었는데 언론이 차갑게 대한 사실에 대통령이 실망한 것 같다. 특히 대통령과 동아 조선 중앙의 발행인과는 과거부터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개인적 감정에서 출발해 정권재창출 의도로 이어진 것 같다.”

-언론사 수가 너무 많고 경영이 취약한 경우가 많은데….

“우수한 인력과 재정여건을 갖춘 신문사는 몇 개에 불과하다. 언론사들의 취약한 경영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없다. 경영구조가 제일 나은 동아 조선 중앙을 탄압하는 현 정부의 개혁방향은 잘못 됐다.”

김고문은 동아일보 논설주간을 거쳐과학기술처장관, 한국경제신문 회장, 세계화추진위원장, 서울시립대총장, 문화일보 사장 및 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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