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길조에서 ‘퇴치 1호’ 전락…농작물 쪼아먹고 정전사고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31분


까치는 이제 더 이상 길조(吉鳥)가 아니다. 까치는 최근 농작물을 쪼아먹고 잦은 정전사고를 일으키는 해조(害鳥)로 인식되면서 농촌지역에서는 ‘퇴치 1호’로 꼽히고 있다.

경북 칠곡군은 최근 군(郡)의 상징새를 까치에서 백로로 바꿨으며, 상주시도 상징새인 까치를 다른 새로 바꾸기 위해 주민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까치는 1960년대부터 국제조류보호회의(ICBP)에 등록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새. 경북 11개 시군을 포함, 전국의 88개 시군 단위 자치단체가 까치를 상징새로 정하고 있다.

까치가 최근 들어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수확기에 농작물을 마구 쪼아먹어 농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 수확철을 맞은 요즘에는 사과와 배 등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잘 익은 과일만 골라서 쪼아먹기 때문에 “한 해 농사를 까치 때문에 망친다”는 원성을 듣고 있다.

이에 따라 군 단위 농촌에선 까치를 하루 200∼300마리씩 잡고 있으며, 과일을 쪼아먹지 못하도록 과수원에 그물을 치고 폭죽을 쏘는 등 까치 퇴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농민들은 “쫓아도 쫓아도 떼지어 달려든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까치는 농작물을 쪼아먹을 뿐만 아니라 철사 같은 쇠붙이를 물어다 전주에 집을 짓는 경우가 많아 잦은 정전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올 들어 8월까지 대구 경북지역에서 까치 때문에 발생한 정전사고는 180건. 전체 정전사고 800건의 23%를 차지했다. 한전측은 전주에 지어 놓은 까치집 7만5000여개를 철거했고 3만5000마리의 까치를 잡았다. 지난 해에는 전국적으로 10만마리 정도를 포획했다.

경북대 생물학과 박희천(朴喜千) 교수는 “까치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족제비 독수리 부엉이 등이 줄어든 데다 잡식성인 까치의 먹이가 많아져 번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은 까치가 과잉번식한 상태이므로 인위적으로 밀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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