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의혹 파문이후]인천공항 개발사업 줄소송 예상

  • 입력 2001년 8월 8일 18시 37분


특혜 시비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유휴지 개발사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경쟁업체들은 무엇 때문에 이 사업에 매달릴까.

▽소송사태 예상〓㈜원익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사업 착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항공사가 원익측에 대해 토지사용료를 2위 업체인 에어포트72컨소시엄이 제시한 1729억원보다 많이 내고 개발 면적도 넓히라고 요구해 실시협약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원익측은 “에어포트72가 제시한 만큼 토지사용료를 내면 18홀 골프장 기준으로 매일 7분 간격으로 100팀(팀당 4명)이 라운딩해야 겨우 수지가 맞는다”며 “주말에나 예약이 차는 현실에서 이 같은 사용료 요구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원익측은 선정 과정에서 합의한 조건을 바꾸는 것이 ‘신의 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에어포트72측에 사업권을 넘겨주기 위한 공사의 ‘술책’으로 보고 있다.

원익은 공사가 당초 조건(제시금액 325억원+추가 제시액 307억원)대로 실시협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다.

그러나 공사측은 원익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2순위 업체와 협상할 것이라면서 “당초 투자자 모집 공고에 이 같은 절차를 명시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강동석(姜東錫) 사장은 “공사가 제시한 조건을 원익이 수용하지 않으면 바로 에어포트72측과 협상하고, 이마저도 결렬되면 새로 공고를 내 사업자를 다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실시협약 협상에서 양측이 극적으로 타협하지 않는 한 법적 대결은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다 에어포트72측이 현재 공사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법원에 ‘계약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예정이어서 연쇄적인 법정 싸움이 예상된다.

▽왜 뛰어드나〓이 사업은 공항 동쪽 제5활주로 예정지 80만평과 활주로 남북쪽 해안의 신불도 28만평, 삼목도 14만평 등 모두 122만평(원익컨소시엄은 64만평)을 골프장과 호텔 등 레저시설로 개발하는 것이다. 사업비 규모는 컨소시엄별로 1240억∼1340억원이다. 8조원 가까이 투입된 공항 건설비와 비교하면 그렇게 큰 프로젝트는 아니다.

매출 예상액도 컨소시엄에 따라 1조1880억∼1조2356억원으로 운영 기간이 대략 16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평균 매출 규모는 737억∼772억원, 당기 순이익은 2892억∼3685억원 정도. 겉보기에는 청와대와 정치권 실세가 거론될 만큼 비중 있는 사업이 아닌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잠재 이익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사가 제공하는 부지 가운데 제5활주로 예정지의 경우 운영 기간이 끝나는 2020년 이후에도 활주로가 건설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2020년까지 활주로 2개만 추가 설치돼도 연간 1억명의 여객과 700만t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추산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공 수요 증가율(연간 10% 이상)을 감안하더라도 활주로 4개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곳에 건설될 골프장은 서울 도심에서 1시간 거리에 있어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며 “운영 기간만 연장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석사장-이상호전단장 근접사무실서 불편한 '동거'▼

‘적과의 동거.’

요즘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원 사무실이 모여 있는 공사 건물 5층에서는 종종 어색한 장면이 벌어진다. 공항 유휴지 개발 사업자 선정 논란과 관련, 불편한 관계인 강동석(姜東錫) 사장과 이상호(李相虎) 전 개발사업단장이 10m 정도 떨어진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전 단장은 개발사업단장이란 직위에선 해제됐지만 여전히 상임이사라 매일 출근한다. 두 사람은 화장실에 가거나 외출할 때 ‘어쩔 수 없이’ 마주치더라도 일절 대화를 나누지 않으며 외면한다고 공사관계자들은 귀띔한다. 또 ‘외압’ 의혹 제기 이후 기자들이 두 사람을 만날 경우 각자의 사무실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얘기를 듣게 된다. 두 사무실은 이동에 10초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한쪽이 기자를 만나면 다른 한쪽도 바로 접촉할 정도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공사의 한 직원은 “침묵하는 두 사람이 조우할 때는 찬바람이 부는 것 같다”며 “불편한 동거 생활이 계속되면서 회사 분위기도 더욱 가라앉고 있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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