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전관예우' 문제없다?…참여연대 "감형관행 여전"

  • 입력 2001년 6월 22일 18시 21분


현직 고법 부장판사가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에 큰 문제가 없으며 사법권 독립을 위해서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비판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고법 정인진(丁仁鎭) 부장판사는 9일 ‘법철학 교육과 법조윤리’라는 주제로 고려대 법학관에서 열린 2001년 한국법철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법관들의 윤리의식 수준이 높아 전관예우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법관은 수학문제 시험지 채점하듯 법규정에 따라 판결하기 때문에 전관 출신 변호사가 맡은 사건이라고 해서 큰 비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며 “전관예우가 시커먼 흑막이 있는 관행이 아닌데도 사법과정에 대한 이해가 얕고 별 근거 없는 시기심이나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근거로 법원을 불신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정 부장판사는 “여론이란 옷을 입은 언론이 법조사회를 무차별적으로 비판하고 시민단체, 이익집단 등이 편지와 전단물, 법원 청사 부근의 시위 등을 통해 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것이 매우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일부 단체들이 사법을 감시한다면서 법정마다 사람을 보내 뭔가를 메모하게 하는 것 등은 법관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며 “현 시점에서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서는 정치나 돈으로부터가 아니라 언론과 시민단체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부장판사 다음 발표자로 나선 참여연대 소속 차병직(車炳直) 변호사는 “98년 전관 출신 변호사의 평균 수임건수는 일반 변호사의 최고 40배에 이르며 이들이 맡은피고인의 형량이 가벼워지는 것은 지금도 분명한 관행”이라며 “전관예우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의 가장 큰 원흉”이라고 반박했다.

또 차 변호사는 “법조인들의 윤리구현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국민의 사법감시 활동”이라며 “법원과 검찰, 변호사는 폐쇄된 자기 집단 내의 의견교환에 한정되지 말고 외부의 감시나 비판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솔선해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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