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서 바이러스 검출…무균성 뇌수막염-A형간염 유발 우려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1분


정수처리된 물과 가정에서 먹는 수돗물 일부에서 무균성(無菌性) 뇌수막염과 A형 간염, 각종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경희대 생물학과 김형석 정용석교수팀에 의뢰해 하루 처리능력 10만t 미만인 중소 규모의 31개 정수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개 정수장 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2일 밝혔다. 특히 경기 여주군 여주읍 등 4개 지역의 일반 가정에 공급된 수돗물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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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학계 일각에서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주장이 나온 적은 있으나 정부가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수돗물 안정성’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는 원숭이 간세포를 통해 바이러스 유무를 판단하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총세포배양법(TCVA)이 적용됐다.

바이러스가 검출된 정수장은 경기 남양주시 화도정수장, 경북 영천시 화북정수장, 경기 양평군 양평정수장, 충북 영동군 영동정수장이다. 또 여주읍을 비롯해 경기 하남시 신장2동, 충북 영동군 심천면, 충남 공주시 옥룡동 등 4개 지역에서는 가정용 수돗물에서도 바이러스가 나왔다. 여주읍의 가정용 수돗물의 경우 100ℓ당 33.5마리(단위 MPNIU)의 바이러스가 검출돼 최고를 기록했다.

환경부 남궁은(南宮垠)상하수도국장은 “소독 시설을 보완하고 운영관리 개선조치를 취한 뒤 다시 모니터링한 결과 한 곳에서도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단 양평정수장의 경우는 모니터링이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바이러스가 검출된 원인으로 소독 미비, 정수장 운영 부실, 수도관 노후로 인한 오염 등을 꼽고 있다.

환경부는 앞으로 정수장 운영관리가 부실한 지방자치단체를 형사 고발키로 했으며 2005년까지 총 19조6000억원을 투입해 4대강 수질을 2급수 이상으로 개선하고 노후수도관을 교체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시 "서울서는 안나와"▼

한편 서울시의 경우 98년 조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서울시 수도기술연구소가 지난해 7월 이후 서울시내 가정 10군데를 대상으로 한 수돗물 바이러스 검사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정용관·김준석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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