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심사원 있으나마나…진료비 삭감률 0.74% 불과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38분


일부 병의원의 과다한 의보료 청구가 의료보험 재정의 파탄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는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 탓이기도 하지만 의보 누수를 방지해야 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병원 과다청구 여전▼

▽병의원 부당 청구와 자정 노력 미흡〓“내 주위에서 허위로 의보료를 청구하는 의사는 한명도 없다.”

의사들의 허위 부당청구를 적발, 보험료 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의사들은 대부분 이처럼 거부감을 나타낸다. 그러나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공식 문건을 통해 밝혔듯이 약이나 의료기기를 채택하면서 ‘리베이트’ ‘랜딩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이나 향응을 받거나 보험료를 부당 청구하는 사례가 여전하다.

의료계가 내부에서 이같은 ‘도덕적 해이’에 대해 자정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허위 부당청구 등을 이유로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린 의사는 100여명이지만 의협 윤리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은 의사는 단 한명도 없다. 99년 이전에도 한 해 징계자는 20명이 채 안되며 대부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사후에 징계한 경우다.

▼美 대만선 10% 넘어▼

의협은 이와 관련, 유명무실한 기존의 윤리위 대신 특위 형식의 의료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연세대 의무부총장을 지낸 한동관 교수를 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등 뒤늦게 자정 노력에 나섰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일부 의사들은 윤리위의 활동과 관련해 진료에 윤리적 제한을 가하면 자율성이 침해된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멍 뚫린 심사평가원〓지난해 7월부터 병원과 약국이 청구하는 진료비 명세를 심사 평가해 온 심평원. 지난해 상반기 심평원이 청구액 중 삭감(조정)한 액수는 720억원(총 진료비 대비 1.2%)이었다. 한반기 의약분업 실시 이후 청구액은 늘었지만 680억(0.95%)에 불과했고 올 1월에는 삭감률이 0.74%까지 낮아졌다.

미국 대만은 삭감률이 10%를 넘는다. 우리나라와 여건이 달라 삭감률을 외국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전문가들은 심평원이 선진국에 비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조사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서류 심사만 통과하면 지급▼

심평원은 주로 서류심사만으로 정해진 법적 기준대로 청구했는지 여부만 가리고 있다. 의료계와 약계의 과다 부당청구를 적발하기 위한 실사 업무는 보건복지부가 맡고 심평원은 지원 역할만 하고 있다.

심사 인력(800명)은 10년 전 수준. 의보재정 파탄 문제가 불거지자 4월부터 198명의 계약직 인력을 추가 투입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진료비와 약제비 연계 심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병희(趙炳熙)교수는 “의사들은 진료 자율권을 주장하지만 제왕절개 수술률이 특히 높은 병의원이 있고 그렇지 않은 병의원이 있는 것을 보더라도 의료행위가 천차만별”이라며 “미국처럼 의료행위 표준화로 의료의 질을 높이고 재정 절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상근·정용관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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