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행동지침서'만든다…성희롱에서 저작권문제까지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41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학 교수들이 일상 직업 생활에서 지침으로 삼아야 할 행동의 기준과 준칙을 담은 ‘업무 편람(Fa―culty Manual)’이 만들어진다.

전국법학교수협의회(회장 송상현·宋相現 서울대 법대 교수)는 21일 학사규칙에서부터 보건진료에 이르기까지 교수들의 업무 표준화를 위한 매뉴얼을 제작중이라고 밝혔다.

모든 조직에서 사용되고 있는 매뉴얼을 교수 사회에도 도입, 전임자들이 축적한 노하우와 관례, 절차, 아이디어 등을 전수함으로써 교육 조직의 기초가 부실해지는 것을 막고 후임자들의 낭비와 시행착오를 막자는 것.

현재 초안이 마련된 이 매뉴얼은 특히 최근 대학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성희롱 문제와 표절문제, 교수의 외부활동 범위제한 문제 등 지극히 ‘민감한’ 사안도 다루고 있다.

교수들의 ‘성희롱 지침서’에 해당하는 성희롱 부분은 ‘대가적 성희롱’과 ‘교수와 학생 사이의 성관계와 연애 또는 성적 관계를 시작하자는 요구를 통한 희롱’ ‘성적 호의와 성적 접근 등을 통한 희롱’ 등을 실례와 주석을 달아가며 설명한다.

‘교수 A는 여비서 B에게 자신과 술을 마시면 더 좋은 고용수행평가를 해 주겠다고 제안한다’거나 ‘교수 H와 오랫동안 연애관계를 가져온 학생 G는 법대 필수과목을 들으려다가 H의 반에 배정됐다’는 등 조금은 낯뜨거운 문제 상황이 케이스로 주어지기도 한다. 매뉴얼은 구체적인 케이스 연구를 통해 그러한 일들이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 교수들에게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매뉴얼은 저작권 문제와 관련, 현실생활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저작권의 개념을 설명하고 타인의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교수의 외부활동은 학문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권장돼야 하지만 강의와 연구 등 교수 본연의 책임과는 상치되는 것이므로 적당한 수준에서 제한돼야 한다고 매뉴얼은 제안한다.

이 밖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의 소유권과 로열티 분배 △연구과제를 위한 학교 이름 사용 △학교에서의 프라이버시 및 정보보안 등도 최초로 기준이 제시되는 분야.미국 하버드 로스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매뉴얼 작성을 주도한 송교수는 “윤리강령처럼 고매한 ‘이상’을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교통신호등처럼 교수들이 일상생활에 적용하고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매뉴얼은 1학기중 확정돼 전국 법대 교수들에게 배포될 예정. 이미 다른 학과의 교수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매뉴얼은 명실상부한 ‘한국 교수 업무 편람’이 될 전망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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