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실업]女박사 20년새 30배증가 인문학 편중 취업난 '허덕'

  • 입력 2001년 2월 11일 18시 49분


《여자박사는 80년 50명에서 2000년 1503명으로 30배나 늘었다. 이 가운데 국내 박사는 52배나 증가했다. 남자 박사는 80년 780명에서 2000년 5661명으로 7.3배 늘었고 이 가운데 국내 박사는 8배 증가했다. 여자박사는 연 평균 22%, 남자 박사는 11% 증가하고 있다. 해방 이후에 배출된 박사는 모두 9만여명이고 이 가운데 여자박사는 1만2500여명으로 13.7%를 차지하고 있다.》

▼교육부 박사실업 첫 실태조사▼

박사 학위를 취득에 든 직접 경비(등록금 책값 논문심사비)는 평균 2422만원이었다. 이들이 박사학위를 받느라 취업하지 못한 기회비용(대졸연봉 1500만원 기준)과 생활비 등을 합치면 1억4000만원 이상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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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외에서 박사학위 소지자가 쏟아지고 있으나 지난해의 경우 이들의 미취업률이 45%를 넘어서는 등 고급 인력의 실업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교육인적자원부가 박사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의뢰해 분석한 ‘여성 고급 인적자원의 활용 실태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정부가 박사 인력의 활용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1년 대학 졸업정원제가 실시된 이후 급증하고 있는 여자박사의 취업 현황은 대학 교수(42.5%), 개업 등 자영업(11.5%), 연구소(3%) 등의 순이며 40%인 5000여명이 시간강사 등으로 불완전 취업했거나 취업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98∼2000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21개 주요 대학에서 배출된 박사 3917명의 경우 남자 35.1%, 여자 66%가 취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박사의 미취업률이 높은 것은 전공분야의 편중과 성차별에 기인한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여자박사의 전공분야는 98년에 인문 22.4%, 사회과학 15.3%. 이학 13.5%, 공학 4.3%, 의약학 22.2%, 기타 22.4% 등으로 인문 사회계열이 37.7%나 됐다.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여자박사의 경우 인문학 전공자가 급증해 지난해에는 무려 62.4%였다.

남녀 박사 8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학위를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남자 62개월, 여자 65.7개월이었다. 여자가 대학교수 채용 등 취업과정에서 성차별을 느끼는 정도는 남자보다 2.4배나 높았다.

박사의 연 평균 소득은 남자 2668만원, 여자 1620만원이며 시간강사의 소득은 남자 956만원, 여자 866만원으로 조사됐다.

직능원 진미석(陳美錫) 진로정보센터소장은 “고급 인력을 방치하는 것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며 “기초연구소 증설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사실업' 해결책은▼

연구팀은 박사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의 전임 교원 수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특히 대학 재정지원 평가 때 ‘성평등 교수 고용 우수 대학’에 가산점을 줘 여자 박사의 과도한 실업난을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국공립대는 여자 교수 비율이 9.3%로 사립 대학의 17.8%에 비해 낮은 점을 감안, 여자를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는 등의 제도로 고용 기회를 늘릴 것도 제시했다.

시간당 2만∼2만7000원인 강사료를 인상해 시간강사도 전임 교원 수준으로 대우하고 △기초연구소 증설 △민간 업체 취업 확대 △여자 박사 진로개발 지원 등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교수 채용시 성차별 관행에 이의를 3제기하면 ‘매장’되는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연구 책임자인 직능원 진미석(陳美錫)진로정보센터소장은 “여학생에 대한 진로지도를 강화하고 ‘여자 박사 인력풀제’를 도입해 대학 연구소 기업체 등이 손쉽게 여성 고급 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사 실업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여서 취업이나 채용 기회를 확대해 수요를 늘리고 공급 측면에서 전공을 결정할 때 ‘미래의 수요’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전공을 선택하지 않으면 풀기 힘든 난제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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