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대책 "소가 웃을 일"…농림·보건 난맥상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5분


국내에서 아직 광우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선진국에서도 소의 광우병(BSE)과 인간의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vCJD)의 관련성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혹시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고 의심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국내의 광우병 공포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농림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대책이 난맥상을 보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모르쇠’ 정책〓유럽에서 광우병 파동이 일어나고 동물성 사료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지난해 말 농림부는 “국내에는 동물성 사료가 수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으로부터 대량의 소 및 돼지 혈분(血粉)이 수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농림부는 이 혈분이 개나 돼지 물고기 고양이 등의 사료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소에게는 절대로 안 쓰였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내에서, 그것도 농림부 산하 농촌진흥청의 축산기술연구소 등이 육류가 섞였을 것으로 의심되는 음식물 찌꺼기를 300여마리의 소에게 먹인 사실을 인정했다. 농림부는 “사람이 먹어서 괜찮은 음식물의 찌꺼기를 소가 먹는다고 무슨 일 있겠느냐”는 식의 ‘논리’를 폈지만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이러니 국민은 돼지나 개 물고기 등에게만 먹였다는 유럽산 수입 혈분이 정말 소 사료로 안 쓰였는지, 영국산 골회(bone ash)는 도자기 재료로만 쓰였는지 여전히 불안하다.

▽모호한 유통 경로〓축산유통 분야는 여전히 주먹구구식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혈분이나 동물성 사료를 쓰는 사료업체는 지난달 말 100여개에서 5일 현재 151개로 갑자기 늘어났다. 1주일 사이에 41개 업체만 파악했으며 그것도 자세한 자료 제시 없이 무조건 “소 사료로는 안 쓰였다”고 주장한다.

축산기술연구소와 민간 농가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먹인 소들은 현재 몇 마리가 살아 있는지, 나머지는 어디에서 도축되었는지 5일 오후까지 파악되지 않았다.

▽눈치 행정〓1986년부터 영국 등 유럽에서 광우병이 대량 발생했으나 국내 전문가는 1, 2명을 꼽을 정도다.

관련 부처는 인터넷을 뒤지면서 외국의 동향을 보고 무조건 따라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미국 일본 등이 소 혈분 수입을 금지하자 한국도 금지했고 캐나다가 브라질산 제품을 수입 금지한다고 하자 4일 한국도 금지했다. 독자적인 루트를 통한 정보수집이나 전문지식에 근거한 소신 있는 결정은 기대할 수 없는 형편.

보건복지부나 관세청 국립보건원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련 부처와의 협조나 범정부적 대처가 아쉬운 부분이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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