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수하물 대란' 예고…1인당 짐 처리능력 1.5개 불과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1분


인천국제공항 수하물 처리시스템당 처리용량
인천국제공항 수하물 처리시스템당 처리용량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수하물 처리시스템(BHS)이 설계 때 처리 용량을 낮게 잡아 실제 처리 능력이 예상 승객 수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BHS는 승객들이 짐을 부칠 때 사용하는 장비로 처리 용량이 떨어지면 수하물이 동시에 집중될 경우 심각한 적체가 발생해 탑승 수속이 늦어져 항공기 출발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강동석(姜東錫)사장은 5일 “BHS 1개 라인이 1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수하물이 설계상으로 600개지만 시험 운영해 본 결과 라인별로 450∼550개 처리수준이었다”면서 “BHS 용량이 항공사들이 요구하는 수준(최대 900개, 평상시 750개 이상)은 물론 설계 용량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증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강사장은 이와 관련해 “개항 후 예상되는 적체에 대비해 한국공항공단에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를 당초 계획보다 2∼3개월 빠른 5월이나 6월까지 도심터미널로 전환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객터미널에 단체 승객용 BHS 2개 라인을 7월말까지 추가로 설치해 용량 부족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의 도심터미널 전환과 단체 승객용 BHS라인 증설은 시설 개보수와 메인 라인 연결 작업에 최소한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개항 초기 일부 피크 타임대의 적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실정에다 당초 설계된 수하물 처리 능력이 한국인의 여행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필원(李弼遠) 공항공사 부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인천공항의 BHS는 승객당 수하물 개수를 1.5개 기준으로 설계됐다”며 “국제민간운송협회(IATA)의 권고 기준에는 맞지만 통상 출국하는 내국인이 2개 이상의 짐을 부치는 점을 감안할 때 처리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철 성수기에는 탑승 수속이 크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외 항공사들의 협의체인 ‘항공사운영위원회(AOC)’가 올 초부터 이 시설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공사측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주장해 왔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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