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횡령 못막은 상사도 배상책임"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35분


부하직원의 횡령 사실을 결재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직장 상사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금융기관 종사자 등의 횡령사건과 관련,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안영률·安泳律부장판사)는 24일 “부하 직원을 지휘 감독할 의무를 소홀히 해 횡령사건이 발생했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이 공단의 전 전주사업소장 공모씨(55)를 상대로 낸 27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공씨는 16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부하직원이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액수의 공금 횡령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최종 결재권자인 공씨가 결재시 관계장부와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거래인감 등의 보관과 취급을 소홀히 한 잘못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씨가 횡령에 직접 공모하지 않았고 5차례의 정기감사를 통해서도 거액의 횡령사실을 적발하지 못한 공단측의 잘못도 인정되는 만큼 손해배상금은 16억원으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공씨의 부하직원 서모씨(40)는 전주사업소 총무과 직원으로 근무하던 95년 8월부터 약 3년 동안 수입계좌 서류를 조작하고 양도성예금증서(CD)를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90여차례에 걸쳐 96억여원을 횡령한 뒤 이 중 27억원을 되돌려놓지 않은 채 잠적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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