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반쪽공항 전락우려…활주로 간격 국제기준 1/3

  • 입력 2000년 11월 22일 19시 00분


내년 3월말 개항하는 인천국제공항의 활주로 간격이 좁아 대형 공항으로서의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공 수요가 포화상태에 이르는 2007년경에는 ‘반쪽 짜리’ 공항으로 전락할 우려가 많아 별도의 활주로 건설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0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인천공항에 설치된 활주로 2개의 간격은 414m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규정한 동시 이착륙 가능 간격 1200m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 이착륙 가능 간격은 기류에 의한 항공기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ICAO가 정한 기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활주로 활용 능력을 30% 가량 줄여야 한다.

인천공항의 경우 연간 이착륙 용량이 17만회인 활주로가 2개(1, 2번 활주로)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연간 34만회의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다. 하지만 ICAO 기준 때문에 실제로는 30% 줄어든 24만회만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교통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2007년(미국 항공수요 예측 기관인 LFA사 자료)경 인천공항에 항공교통 체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천공항은 당초 착공할 때 활주로 간격이 좁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3, 4번 활주로가 생기면 1, 2번 활주로 사이의 간격이 좁아도 운항에 무리가 없고 △활주로 간격을 넓히기 위해 공항 주변에 있는 산을 깎을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때문에 활주로 간격을 이같이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와 인천공항측은 “인천공항은 2020년까지 3단계에 걸쳐 활주로 4개를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건설됐기 때문에 1, 2번 활주로만으로는 향후 급증할 항공 교통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며 “당초 계획대로 1번 활주로에서 남서쪽으로 2100m 떨어진 곳에 3번 활주로를 건설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3번 활주로 건설은 기획예산처에서 예산을 배정하지 못해 설계에 착수하지도 못한 상태다.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인천공항의 경우 설계 작업과 연약 지반 보강, 활주로 포장 공사 등에 최소 7∼8년이 걸린다.

교통개발연구원 김연명(金淵明)박사는 “내년 상반기 중 별도 활주로 건설이 착수되지 않을 경우 동북아시아 지역 중추공항으로 발전하려던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수 조원을 들여 만든 공항이 예산이 제때 투입되지 않아 반쪽 공항으로 전락한다면 국가적으로도 낭비”라고 말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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