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불법대출 의혹]당사자 3인관계 대출외압 규명 열쇠

  • 입력 2000년 9월 3일 18시 47분


갈수록 의혹을 더해가고 있는 한빛은행 거액 불법대출 사건에서 이수길(李洙吉·55)한빛은행 부행장이 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새로운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이부행장은 이 사건을 주도한 한빛은행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씨(48·구속), 건축자재 수입업체인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씨와 불법대출과 관련해 전화 통화를 하거나 만났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부행장은 또 이 사건과 관련해 외압의혹을 받고있는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 장관과도 올 3∼5월 세 차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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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부행장은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 등 이 사건의 내용을 비교적 소상하게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혹1▼

이부행장과 관련해 검찰이 풀어야할 의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올해 1월 이부행장과 신씨가 통화를 했느냐의 여부. 두 사람은 이 사건과 관련해 8월에 서로 통화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진술이 일치하나 1월 통화여부에 대해서는 신씨가 통화를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부행장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신씨가 주장하는 1월 통화설이 사실일 경우 박장관의 외압 의혹이 더욱 증폭될 수도 있다.

▼의혹2▼

이부행장이 대출압력을 넣었을까의 여부. 검찰이 2일 새벽 이부행장과 신씨를 불러 대질신문을 벌인 결과 신씨는 “도와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 반면 이부행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신씨는 “이부행장의 전화가 없었다면 부당대출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검찰의 신문에 “그렇다”고 진술, 이부행장의 압력이 불법대출에 영향을 미쳤음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이부행장은 “설사 신씨 말이 맞더라도 ‘막 도와주라’는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불법대출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의혹3▼

이부행장이 박혜룡씨를 직접 만난 이유. 관악지점에 대한 본점의 특별감사가 시작되던 8월10일 이부행장이 직접 박씨를 만나고 그 후 2차례 신씨와 통화한 사실은 이부행장도 인정하고 있지만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당시 신씨와 이부행장은 8월10일과 11일 2차례 통화했고, 8월12일 신씨가 본점에 호출돼 이부행장과 면담한 것으로 돼있다.

이부행장은 “박씨가 박장관의 조카라며 간곡히 요청해서 만났더니 감사를 늦춰달라고 했다”며 “그러나 신씨에게 곧바로 ‘감사와 채권회수가 무슨 상관이냐. 채권회수에 전념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8월11일 신씨로부터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전화가 와 ‘그럴 필요 없다’며 다음날 사무실로 불렀다는 게 이부행장 주장이다.

이부행장이 박씨를 만난 경위도 두 사람간의 대질신문을 통해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조사부(곽무근·郭茂根부장검사)는 3일 한빛은행 이 부행장이 전 관악지점장 신씨, 건축자재 수입업체인 아크월드 대표 박씨와 불법대출과 관련해 전화 통화를 하거나 만난 과정에서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 수사중이다.

검찰은 또 이부행장이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과 올 3∼5월 세차례 전화통화를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한빛은행 관악지점에서 아크월드에 대한 대출금 명목으로 나간 돈중 50억원 가량이 실제 아크월드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신씨가 관악지점에 가차명 계좌 200여개를 운영하면서 아크월드 명의로 나간 대출금 중 상당액을 이 계좌들을 통해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보고 경위와 정확한 사용처에 대해 조사중이다.

<이명건·이정은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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