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들도 의약분업 '불똥'…인체용 약품 구입 못해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43분


“애완동물에게 처방전을 써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의약분업 시행과 관련해 동물병원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아 수의사들이 고민하고 있다. 자칫하면 약품을 조달하는 길이 막혀 동물병원의 ‘개점휴업’현상마저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애완동물을 대상으로 한 동물용 약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대부분의 동물용 약품은 닭과 돼지, 젖소 등 가축을 사육하는데 필요한 것들이고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위한 약품은 거의 없다.

따라서 수액제(링거) 소염제 등 동물병원에 필수적인 약품의 대부분은 일반 약국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는 인의(人醫·사람에게 사용하는 약)용 이었던 것이 현실. 그러나 의약분업 시행 후 이들 약품은 환자가 의사의 처방전을 가져오지 않으면 구입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수의사가 직접 살 수 없게 됐다.

서울 한성동물병원 권태억(權泰億)원장은 “이들 약품을 구입할 수 없으면 사실상 진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수지가 안맞는 소량 다품종의 동물용 약품을 생산할 회사가 있을 리 없는 만큼 이들 약품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협회 우연철(禹然喆) 기획실 과장은 “약사법에 인의용 약품의 동물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으나 어떻게 동물병원에서 약을 살 수 있는지가 빠져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수의사가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서 약을 살 수 있도록 약사법을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약사법 21조의 수정을 국회에 청원해놓은 상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18일 열린 국회상임위에서 ‘의약분업 계도기간이 끝나는 8월부터는 수의사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관련법안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김준석기자> 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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