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시행과 관련해 동물병원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아 수의사들이 고민하고 있다. 자칫하면 약품을 조달하는 길이 막혀 동물병원의 ‘개점휴업’현상마저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애완동물을 대상으로 한 동물용 약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대부분의 동물용 약품은 닭과 돼지, 젖소 등 가축을 사육하는데 필요한 것들이고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위한 약품은 거의 없다.
따라서 수액제(링거) 소염제 등 동물병원에 필수적인 약품의 대부분은 일반 약국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는 인의(人醫·사람에게 사용하는 약)용 이었던 것이 현실. 그러나 의약분업 시행 후 이들 약품은 환자가 의사의 처방전을 가져오지 않으면 구입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수의사가 직접 살 수 없게 됐다.
서울 한성동물병원 권태억(權泰億)원장은 “이들 약품을 구입할 수 없으면 사실상 진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수지가 안맞는 소량 다품종의 동물용 약품을 생산할 회사가 있을 리 없는 만큼 이들 약품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협회 우연철(禹然喆) 기획실 과장은 “약사법에 인의용 약품의 동물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으나 어떻게 동물병원에서 약을 살 수 있는지가 빠져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수의사가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서 약을 살 수 있도록 약사법을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약사법 21조의 수정을 국회에 청원해놓은 상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18일 열린 국회상임위에서 ‘의약분업 계도기간이 끝나는 8월부터는 수의사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관련법안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김준석기자> kjs35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