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1, 2년생 학력이 떨어진다…평균점수 크게 낮아져

  • 입력 2000년 7월 3일 18시 41분


서울 Y고 1학년3반 사회수업시간.

교사가 칠판에 ‘NGO(Non Governmental Organization·비정부기구)’라고 적은 뒤 이중 ‘governmental(정부의)’의 뜻을 물었다. 30여명의 학생들은 묵묵부답.

이 학교 영어교사는 “거짓말 같지만 알파벳 5자 이상인 영어 단어를 외우는 학생이 드물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올 1학기 초 1학년생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 3과목의 시험을 치렀다. 문제는 현재 3학년생이 2년 전 치렀던 것과 같았다. 평균 점수는 30점대. 3학년생의 당시 평균 점수는 50점대. 2년만에 무려 20점이나 낮아졌다.

Y고는 4년제 대학 진학률이 70% 안팎으로 지난해 서울 인문계 고교의 진학률 56.5%보다 높은 중상위권 고교.

이같은 ‘학력 저하’는 Y고만이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고교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학력평가기관인 중앙교육진흥연구소가 최근 전국 중위권 J고 2학년생을 이 학교 현재 3학년생이 지난해 치른 것과 같은 모의 대학수학능력시험지(400점 만점)로 평가한 결과 인문계는 평균 202.3점, 자연계는 191.4점이 나와 각각 27.1점, 34.5점이나 떨어졌다고 3일 밝혔다.

광주 K고의 경우 고교 2학년생 가운데 인문계와 자연계의 상위권 20명을 골라 모의 수능시험을 봤으나 지난해보다 평균 점수가 40점이나 떨어지자 비상이 걸렸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같은 학력 저하의 원인으로 △고교 무시험 진학 △‘무시험 전형’으로 알려진 2002학년도 대학 입시를 공부를 안해도 대학에 갈 수 있는 제도로 오해 △ ‘성적 부풀리기’로 인한 쉬운 시험 등을 꼽고 있다.

고교 2년생 아들을 둔 주부 이모씨(43·서울 송파구 문정동)는 “아들이 초등학교 때 기말고사 등이 사라지고 무시험으로 고교에 진학하면서 과거 학생들에 비해 공부를 덜 하는 것같다”면서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육문제연구소장 박성익(朴成益)교수는 “학생들이 어려운 공부가 아닌 한가지 특기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공부를 소홀히 한다”면서 “이같은 풍토와 교육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학력 저하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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