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이 캠퍼스" 시흥 산업기술대 産學협력

  • 입력 2000년 6월 6일 20시 08분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 자리잡은 한국산업기술대는 학생수 1400명의 ‘미니대학’. 학교 건물이라고 해봐야 3층짜리 건물 7개가 전부인데다 캠퍼스 면적도 2만2000평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학교 학생들에게는 다른 어느 대학보다 넓은 또 하나의 캠퍼스가 있다. 바로 교문 밖을 나서면 앞뒤로 펼쳐지는 700여만평의 시화 반월 남동공단이 이들에게는 제2의 캠퍼스다. 그리고 공단에 입주해 있는 8000여개 기업의 공장은 살아있는 ‘강의실’이다.

산기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단 내에 위치한 대학. 개교한 지 겨우 3년째인 이 학교에서는 진짜 ‘산학협력 모델’의 성공 가능성이 실험되고 있다.

3년전 이곳에 대학이 세워지는 것을 보고 공단 내 업체들이 보인 반응은 “세상에 공장 주변에 대학이 들어선다니, 별일을 다 보겠군”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 대학은 공단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부’가 됐다.

산기대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듣는 이론 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주변 기업 공장으로 가 실습을 통해 보완한다. 현장실습을 나가면 기업의 엔지니어나 공장장이 학생들의 평점을 준다.

학교에도 적잖은 실습실이 갖춰져 있지만 교수들은 틈틈이 “저기 공장들이야말로 진짜 실습실”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최고학년인 3학년들은 이번 여름방학에 두달씩 아예 공장으로 가서 ‘근무’를 하게 돼 있다.

이렇게 대학 때부터 기업과 친숙해진 학생들은 졸업 후 공단 내 기업들의 ‘인력 풀’이 될 것으로 기업들은 기대한다. 학교는 졸업생의 ‘품질’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를 위해 ‘졸업생 리콜제’ 등을 수시로 할 계획.

기업체 임원이나 엔지니어들이 아예 겸임교수를 맡아 ‘기름 냄새’가 폴폴 나는 강의를 하기도 한다. 전임교수들도 다른 대학과 달리 직접 손에 기름을 묻히면서 ‘기름 친화적 교육’을 펼친다.

기업들에 대한 컨설턴트 기능도 산기대의 빼놓을 수 없는 역할. 단순 조립이나 전통 제조업 중심인 업체들의 ‘진로 고민’에 대한 상담을 해주는 것이다. 산기대 정걸채교수(재료금속공학)는 “기계 업종에 전자를 결합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기업들에 새로운 변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불량이 많아 골머리를 썩이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품질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문에 응해준다. 기업이 혼자서는 마련할 수 없는 비싼 기자재도 다른 기관에 비해 60∼70% 싼값에 빌려주기도 한다. 27일에는 대학과 자매결연을 한 공단 내 300여 회사를 학교로 불러 ‘가족회사’ 모임도 가질 예정. 산업자원부차관에서 교육자로 변신한 산기대 최홍건총장은 “미국의 실리콘밸리 성장에는 스탠퍼드대가 있었듯이 생산현장과 결합된 대학의 모델을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