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근로시간 단축' 묘수는 없나]재계-노동계 입장

  • 입력 2000년 5월 24일 18시 51분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노사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주가불안과 함께 경제안정을 가늠하는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양측은 근로시간 단축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방법을 놓고는 현저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 등과 관련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달말이나 6월 초 총파업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4월 ‘근로시간단축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하고 논의에 들어갔으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재계입장〓한국경영자총협회는 23일 휴일 휴가를 모두 사용하고 법정근로시간 외 근무를 하지 않거나 줄이는 경우 실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경총은 시간 외 근무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할증임금률을 내리거나 없애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노동계의 주장대로 법정근로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 특히 중소기업의 연쇄도산까지도 불러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의는 현재 전산업 평균 주당 실근로시간이 47.9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을 4시간 단축하는 경우 초과근무수당 지출 등으로 인한 임금인상 효과는 14.4%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상의는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노동계의 요구대로 두자릿수 임금인상이 이뤄질 경우 인건비만 최소 25%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의는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모든 기업에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아닌 개별기업의 형편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민노총은 휴일 휴가 사용 등을 통한 실근로시간 단축 방안에 대해 “시대를 역행하는 사용주의 집단 이기주의”라고 강력 비난했다.

민노총은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전체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길고 전세계에서 7번째로 긴 노동시간을 갖고 있는 현실에서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것은 시대적인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특히 잔업 특근 야간근로 등 연장근로나 휴일 휴가를 근로자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연장근로수당을 깎는다면 회사의 이익만 늘어날 뿐이라고 밝혔다. 생계비가 부족한 근로자들은 더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어 실근로시간은 거꾸로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근로자들의 시간외 근무는 회사측 요구와 저임금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최삼태(崔三泰) 정치국장은 “법정근로시간 단축뿐만 아니라 노조전임자 임금 보장,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대책, 공공부문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반대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일본의 경우〓일본은 1988년 48시간이던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지난해 4월 전 사업장에 대해 40시간으로 줄였다. 다만 기업의 규모 및 업종에 따라 3년씩 유예조치를 두고 단계적으로 실시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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