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北風 날짜 조작"…당시 합참간부 주장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발생한 판문점 북한군 무력 시위의 발생 날짜가 조작됐고 청와대 국방부 합참 관계자들이 선거를 의식해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무리하게 격상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합참 정보참모부 전략정보과장으로 재직했던 김남국(金南國·예비역 대령)씨는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판문점 무력 시위는 ‘4·11’ 총선을 앞둔 4월4∼6일에 발생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의도적으로 5∼7일에 발생한 것으로 발표해 홍보 효과의 극대화를 노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시 합참 상황실 모 중령이 “윗선의 지시이니 발생 일자를 하루씩 늦추어 발표하겠다”고 자신에게 보고했으며 당시 군당국은 실제로 날짜를 의도적으로 하루씩 늦추어 언론에 브리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김동진(金東鎭)합참의장이 무력 시위를 일촉즉발의 전쟁 위협으로 부풀려 판단을 하도록 유도했으며 ‘과거에도 있었던 일로 별 것이 아니다’고 보고한 자신을 정보판단관에서 물러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4월5일 국방부는 한미간 협의도 없이 ‘워치콘 3’를 ‘워치콘 2’로 격상시킨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위협이 없다고 판단한 미군측을 추후에 설득해 7일에야 격상시켰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와 함께 당시 유종하(柳宗夏)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6일 밤 합참에 전화해 김동신(金東信)작전본부장에게 “즉각 전투복을 착용한 장군이 현장감 있도록 생생하게 브리핑하라”고 했다가 8일 밤 “여론이 15% 좋아졌다. 이 시간 이후 브리핑을 중지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사실무근"▼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당시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 3군사령부, 판문점의 유엔사 경비대대 상황일지를 근거로 제시하며 김씨의 주장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김동신씨는 “당시 유종하수석비서관과 통화한 적이 없으며, 김씨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유종하씨도 “합참 작전본부장과 직접 전화를 한다는 것은 관례상 있을 수 없고 그런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송상근·공종식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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