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터널 안전점검 '느슨'…시행령 조례 잇단 개정

  • 입력 2000년 3월 3일 19시 17분


서울의 한강 다리를 비롯한 전국의 대형 교량과 터널 등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 체계가 느슨해져 앞으로 사고위험이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94년 성수대교 붕괴 참사를 계기로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시설물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지난해 안전점검 의무를 크게 완화하는 내용으로 바뀐 데 이어 지방자치단체들도 이에 맞춰 조례를 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3일 시가 제출한 ‘도로 등 시설물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조례는 현재 3개월에 한번씩 이뤄지고 있는 교량의 정기 안전점검 주기를 6개월에 한번으로 완화했다. 또 1년에 한번 이상으로 돼 있는 교량에 대한 정밀점검 주기도 2년에 한번 이상으로 완화됐다.

도로 터널 교량 등 주요 시설물에 대해 하자 담보 책임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에 정밀안전 진단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했던 조항도 없어졌다.

이날 서울시의회 전문위원실은 “안전점검 주기 완화는 시민 안전을 위해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결국 통과됐다.

조례 개정 이유에 대해 서울시 건설국 관계자는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4월 ‘시설물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안전점검 의무를 완화했기 때문에 자치단체로서는 이에 맞춰 조례를 개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 경기도 등의 경우는 관련 조례가 없기 때문에 개정된 특별법 시행령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시설물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안전점검 의무 조항은 공공시설물 뿐만 아니라 아파트 등 민간이 관리하는 시설물에도 적용되는데 이 조항대로 점검할 경우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6월 규제 완화 차원에서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정밀점검의 경우 건축물은 3년, 다른 시설물(상하수도 지하철 터널)은 2년인데 유독 교량만 1년이어서 이를 다른 시설물과 같은 2년으로 통일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이규원(李圭元)행정실장은 “당국이 성수대교 참사가 터지니까 각 시설물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안전점검을 대폭 강화하더니 이제는 또 시설물의 중요도와 위험도를 감안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완화했다”며 “이는 시민의 안전을 도외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기홍서정보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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