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씨 내외 자진출두]진실 밝힐지는 미지수

  • 입력 1999년 11월 23일 23시 35분


이른바 ‘사직동 보고서’의 핵심당사자인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과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24일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팀에 자진출두할 뜻을 밝힘에 따라 특검의 옷로비사건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관심의 초점은 문건의 출처다. 문건의 출처가 어디냐에 따라 사건의 성격과 파장이 크게 달라질수밖에 없다.

김 전총장이 입장표명을 결심한 것도 사건의 파장이 계속 확대되는데 대해 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이 문건전달자라고 보도된 23일 오전부터 측근들과 이 문제를 어떻게 해명할지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 출처에 대한 발언내용은 대략 세가지 방향으로 추정되고 있다.

첫째는 문제의 문건을 사직동팀에서 입수했다고 밝히는 것. 이것은 곧 큰 파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권력기관의 기밀누설과 조직적 은폐의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검찰조직의 정보라인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진술하는 것이다. 이것도 김전총장으로서는 큰 부담. 전달한 검찰 관계자의 기밀누설 혐의가 제기되고 검찰의 공정성이 다시 흔들리는 등 검찰조직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검찰총장 재직시 여러 경로를 통해 여러 종류의 문건을 보고 받았으며 문제의 문건도 그중 하나인데 정확한 출처는 기억할 수 없다’고 하는 가설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세번째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김 전총장이 사건의 파문이 확대되는 것을 더이상 원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총대를 메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한 검찰간부는 “김 전총장이 개인적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조직과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물론 절충 가능성도 있다.예컨대 ‘검찰이나 사직동팀의 일선 직원들이 전달해줬지만 그들을 밝힐 수 없으며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표명이 실제 검찰조직이나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파문축소’가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건 출처에 대해 ‘기억이 안난다’고 말한다면 문건의 중요성에 비춰 설득력이 없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김전총장이 모든 부담을 감수하고 진실을 말할 가능성도 있다. 김 전총장의 한 측근은 “오늘(23일) 김전총장에게 ‘이제는 진실을 말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조언했는데 김전총장도 수긍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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