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헌법불합치' 결정]도시계획 전면수정 불가피

  • 입력 1999년 10월 23일 03시 13분


헌법재판소가 22일 도시계획시설예정지로 지정해 놓고도 10년 이상 장기간 계획을 집행하지 못한 토지중 나대지 소유자에 대해서는 보상해주도록 결정을 내림에 따라 기존의 도시계획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 유사소송 잇따를듯

재정난으로 보상재원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상방안으로 토지를 매입하기보다는 도시시설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렇게 되면 공공시설 용지확보가 어렵게 되어 가뜩이나 도시계획시설이 부족한 지방도시의 계획적 개발과 도시기능 확보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결정의 파장으로 군사보호구역시설이나 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묶인 토지소유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헌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 보상비 20兆로 늘어

▽보상 방안〓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도시계획시설 중 10년이 넘게 지정용도로 활용되지 않은 장기미집행 시설 중 건물이 없는 나대지에 대해 지자체는 △금전적 보상 △도시계획시설 결정 해제 △토지매수청구권 보장 또는 수용신청권 중에서 한가지 대안을 결정해야 한다.

건설교통부는 헌재의 판결과는 별도로 이미 20년 이상 장기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 예정지를 대상으로 3년내에 사업계획이 없을 경우 대지소유자에게 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2년 이내에 시장 군수가 매수하지 못할 경우 영구건축물의 신축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도시계획법 개정안을 마련한 상태.

개정안에선 또 30년 이상 미집행시설은 지자체의 조례로 정한 경우 대지가 아니더라도 매수청구권을 부여하거나 우선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의 심의 중에 있으며 11월중 국회에 상정한다는 게 건교부 계획이었다.

그러나 헌재의 이번 판결로 개정안은 보상대상을 ‘20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확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건교부에 따르면 20년 이상 장기미집행된 대지의 보상비는 9조원 정도지만 10년 이상된 대지의 보상비는 20조원을 훨씬 넘어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 도로기능 상실 예상

▽파장과 문제점〓이번 결정은 헌재가 토지 공개념에 앞서 사유재산권이 선행한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으로 장기간 불이익을 당해온 소유자의 재산권행사에 숨통을 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도 적잖다. 우선 불법건축물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현행 건축법에선 건축물의 2m이상이 도로(도시계획 예정도로의 경우 4m 이상)에 접해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지자체가 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도로용지로 지정했던 땅을 이번 헌재 판결에 따라 해제할 경우 기존의 도시계획만 믿고 건축허가를 받아 이미 건축한 건물들은 하루 아침에 불법건축물로 전락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

또 지자체의 계획을 믿고 도로나 공원 용지 주변에 토지를 매입한 경우 신축이 금지됨에 따라 재산상의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또 다른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들은 추가 공공시설 용지 확보가 어렵게 돼 비교적 재정상태가 여유로운 서울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 중소도시의 주거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도로의 대부분이 건설됐으나 일부 구간이 완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토지가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되면 전체 도로가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등 도시 기능이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건교부는 우려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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