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남감사원장 "檢-警감청 조사 착수"

  • 입력 1999년 10월 14일 23시 14분


경찰청이 감청장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불법 장비를 납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감청장비 구입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자 감식장비 구입 예산 등에서 지출 후 남은 예산으로 감청장비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14일 경찰청과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96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청이 구입한 감청장비 670개 중 301개는 정보통신부의 사전 인가를 받지 않은 장비였다는 것.

통신비밀보호법 10조1항에는 ‘감청장비를 제조 수입 판매 배포 소지 사용하거나 이를 위한 광고를 하고자 하는 자는 정보통신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국가기관은 그러하지 않다’고 규정돼 있다.

경찰청은 그러나 96년에 정보통신부가 인가하지 않아 불법인 감청장비 261개를 국내업체로부터 납품받았다. 이 업체는 경찰청에 감청장비를 납품한 뒤 다음해인 97년1월 뒤늦게 정보통신부의 인가를 받았다.

경찰청은 또 97년과 지난해에도 정보통신부로부터 사전 인가를 받지 못한 1개와 39개의 감청장비를 납품받았다. 40개의 이 감청장비 역시 다음해 정보통신부의 추후 인가를 받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납품받는 감청장비는 모두 정보통신부의 제조 및 판매인가를 받은 것이어야하나 장비 제조업자가 장비 납품후 정보통신부로부터 인가받겠다고 약속해 미리 납품받은 것”이라며 “납품 뒤 정보통신부로부터 사후인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청장비가 인가없이 제조 판매됐다면 이는 명백한 법률위반”이라며 “그러나 인가받지 못한 불법 감청장비를 납품받았다고 해서 경찰청이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현재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795개의 감청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지출한 15억여원은 감청장비 구입예산이 아닌 감식장비 예산 등에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경찰청은 감청장비 구입비로 96년에 9억여원, 97년에 1400여만원, 98년에 3억4000여만원, 99년 2억8000여만원을 각각 지출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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