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김 사건]정부 외교마찰 우려 미온적 대응

  • 입력 1999년 10월 13일 19시 34분


로버트 김 사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정부가 직접 대응하거나 요구할 사안이 아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대미(對美)관계를 전담하는 외교통상부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다.

외교부는 그 이유로 몇가지를 든다. 우선 로버트 김의 국적이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것이다. 미국시민의 위법사실에 대한 미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왈가왈부할 경우 내정간섭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

또 정부가 나서서 로버트 김을 지원할 경우 로버트 김의 ‘스파이활동’에 한국정부가 정말로 개입했다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

외교부는 이 사건이 발생한 뒤 미 수사기관의 감청내역 등 수사자료를 검토한 결과 로버트 김과 그가 정보문서를 건네 준 당시 주미한국대사관의 해군무관과의 개인적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97년11월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이 사건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결론을 냈고 이후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물론 정부 내에서 로버트 김에 대해 인도적 차원의 동정여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종필(金鍾泌)총리는 로버트 김의 동생인 국민회의 김성곤(金星坤)의원의 탄원을 받아들여 미국에 대해 로버트 김 구명운동을 벌이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었다. 그러나 외교부가 만류해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로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로버트 김의 질의서가 공개되자 각 언론사에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정부는 ‘국민정서’와 ‘현실’ 사이의 간격을 어느 때보다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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