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율조정 업계 득실]음식점서 소주한잔 5백원될듯

  • 입력 1999년 9월 14일 23시 15분


주류업계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소비자 정서 등이 얽혀 논란을 빚어온 주세율 조정이 14일 소주세율을 대폭 올리고 위스키세율은 크게 내리는 선에서 결말이 났다.

정부는 당초 35%인 소주세율만 100%로 올리는 안을 제시했지만 선거 전에 서민 정서를 자극한다며 반대한 여당과 주류업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 결국 중간선의 절충안을 채택하게 됐다.

이같은 조정결과에 대해 소주 맥주업계는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반면 위스키업계는 대환영 분위기다. 실제 이번 조정에선 위스키 수입업자만 어부지리를 얻었다.

위스키 세율이 100%에서 80%로 떨어지게 되면 앞으로 주종간 대체효과가 일어나면서 소비량이 크게 늘어나고 필연적으로 수입급증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재경부는 국민건강과 세수문제 등을 들어 소주 100%의 세율을 고집했으나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대중인기주의’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소주 한잔에 500원〓소주의 음식점 판매가격은 현재 병당 2000∼3000원선. 세율조정에 따른 가격인상요인은 220(진로)∼240원(참이슬 등)뿐이지만 음식점과 술집에선 3000∼4000원선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소주 한잔값이 500원 되는 셈.

소주업계는 “소주세율 마지노선인 45∼50%선이 무너지고 경쟁관계에 있는 맥주와 가격차가 좁혀져 맥주에 시장을 뺏기게 됐다”며 “더욱이 소주값이 사실상 50% 인상되는 것이나 다름없어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며 펄펄 뛰고 있다.

반면 맥주값은 인하요인이 병당 50원 정도여서 판매가격을 인하할 가능성이 별로 없고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스키도 병당 3000원의 인하요인이 생겼지만 술집에서 5만∼10만원을 받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역시 가격인하는 없을 전망.

▽왜 80%로 올렸나〓이번 주세율조정은 한마디로 주세분쟁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해 7월 한국의 주세법이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내국민대우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한국은 이에 불복 상소했지만 WTO는 ‘올1월 주세법을 고쳐 소주와 위스키 등 모든 증류주의 세율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리나라의 증류주 소비량이 세계 최고수준이고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3조6000억원에 달한다”며 이번 기회에 소주세율을 위스키와 같은 수준인 100%로 올릴 방침이었다.

그러나 여당의 선거전략과 소주업계의 반발에 부닥쳐 여당이 주장한 60∼70%선과 100%의 중간선인 80%로 합의를 본 것이다.

▽맥주업계도 불만〓맥주세율은 3년간 매년 10%씩 낮추더라도 여전히 소주와 위스키보다 높다. 전체 주세수입의 65%를 차지하는 맥주세율을 크게 낮출 경우 세수차질이 생긴다는 세수안정 논리 때문에 ‘저알코올 저세율’ 원칙이 배제됐다.

맥주업계는 “고알코올 고세율, 저알코올 저세율에 따라 독주인 소주보다 맥주세율이 1%라도 낮아져야 한다”며 “내년에 맥주 한병값은 겨우 50원 떨어지는 데 불과해 수요창출에 아무런 기여를 못한다”는 반응이다.

한편 발효주에서는 맥주를 제외하고는 주세율 변동이 없다. 막걸리로 불리는 탁주는 5%, 백세주 등 약주는 30%, 청화 등 청주는 70%, 포도주 등 과실주는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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