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소 '휴업시위'…이사철 시민들 '분통'

  • 입력 1999년 9월 11일 19시 21분


서울의 송파와 강남 서초지역, 수도권의 일산 수지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정부의 합동단속에 맞서 일제히 시위성 동시휴업을 계속하는 바람에 이사철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회사원 안모씨(29·경기 고양시)는 “10월에 결혼날짜가 잡혀 전세금을 빨리 빼야 하는데 중개업소가 휴업해 난감하다”며 “생활정보지와 PC통신에 광고를 냈지만 아직 연락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산 휴업률 80% 달해▼

주부 김모씨(35·경기 고양시)도 “남편이 20일 갑자기 전근하게 돼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았지만 중개업소들이 모두 문을 닫아 별 도리없이 기다리고만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말 전세계약을 체결한 회사원 이모씨(36·경기 고양시)는 11일 중개업소에 등기부등본을 떼달라는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안됐다. 그런가하면 서초동의 이모주부(42)는 “판 집을 비워주고 살 집의 잔금을 치러야 할 때인데 연락이 안돼 큰 낭패를 보게 됐다”며 중개업자들을 성토.

부동산중개업소들의 이번 항의성 휴업은 건설교통부가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경찰청과 함께 전세금폭등과 관련해 2일부터 일제단속을 벌이자 강력히 반발, 일산지역을 중심으로 문을 닫기 시작해 분당 수지 서울 인천지역으로 확산됐다.

부동산중개업협회측은 11일 현재 서울의 아파트 밀집지역 중개업소 절반이상이 휴업했고 특히 일산은 휴업률이 80%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분당 등 일부지역의 경우 상당수 중개업소들이 “단속이 끝났다”며 11일부터 영업을 재개했지만 사람들이 이를 알지 못해 개점휴업상태였다.

중개업자 김모씨(50·경기 고양시)는 “이번 휴업은 전례없이 경찰까지 가세해 사실상 사문화된 법정수수료의 준수여부를 캐는 등 모든 중개업자를 범죄자 취급한데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중개업자 김모씨(43·경기 성남시)도 “전세금 폭등은 집주인과 정부의 정책부재 탓인데도 중개업자들이 조장했다고 정부가 여론몰이하는 것은 탁상행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모든 업자 범죄인 취급"▼

중개업자들간에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고양시 일산 후곡마을의 한 중개업자는 “단속을 한다고 문을 닫는 것은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결과”라며 “앞으로 중개업소도 모범업소를 지정, 소비자피해를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건설교통부는 소비자를 담보로 항의성 임시휴업에 참여한 중개업소를 파악해 앞으로 있을 단속에서 이들에 대해 집중적인 점검을 벌이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그동안 적법한 영업행위를 해온 중개업소라면 임시휴업을 하면서까지 반발할 이유가 없다”며 “중앙과 지방단속반을 투입해 지속적인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 고발등 강력 조지▼

한편 건교부는 경찰청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등과 합동으로 호가와 물량조작 등을 집중단속한 결과 모두 126건의 위법행위를 적발해 행정처벌이나 검찰고발 등의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영수증 등 서류 미보관이 51건으로 가장 많았고 △등록도장 미사용 28건 △게시물미부착 15건 △무자격 중개행위 12건 △무등록영업 11건 등이다.

건교부는 근거서류 미보관 등에 대해서는 6개월이하의 영업정지를 내리고 무등록영업을 한 경우는 3년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이하 벌금을 물릴 방침이다.

〈이 진·김상훈·선대인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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