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판결문(요지)]

  • 입력 1999년 8월 31일 18시 59분


금융감독위원회가 8월6일자로 대한생명보험㈜에 내린 △자본금감소 명령 △이사회에 대한 자본금감소결의 명령 △임원 직무집행정지 △관리인 선임 △관리인회에 대한 자본금감소결의 명령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처분의 상대방(수신인) 표시가 잘못됐다. 금감위는 ‘부실금융기관 결정 및 자본금 감소명령 등 통보’서면에서 ‘대한생명보험㈜ 보험관리인’을 수신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관리인은 회사영업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측에서 임명한 사람이므로 정부가 주주들과 임원들의 권한을 박탈하는 의미를 가진 이 사건 처분의 수신인이 되기에 적절치 않다. 최순영회장 등에게 별도로 ‘사실상의 전달’이 있었다고 해도 행정처분의 의사표시는 상대방을 특정하여 문서로 이루어져야 한다.

행정절차법도 위반했다. 행정절차법에 규정된 사전통지 절차가 결여됐으며 당사자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금감위는 이에 대해 “최순영의 가족 대리인 등과 20여차례 의견을 교환하고 공적 자금의 투입계획을 구두로 통지한 만큼 사실상 사전통지를 이행했고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했다”고 주장하지만 인정할 수 없다. 또 “사후 재판절차 등을 통해 절차나 형식상의 흠이 사실상 치유되었다면 행정처분이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는 금감위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행정기관으로서는 행정절차를 지킬 필요가 없어진다. 따라서 행정절차법은 유명무실해지고 법치주의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만다.

“처분이 취소되면 대한생명에 더 많은 공적 자금이 투입돼야 하고 국가의 대외신인도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으며 결국 대량실업 금융위기 등으로 이어져 공공복리를 저해한다”는 금감위의 주장도 인정하기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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