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흔들리는 교단'…경험많은 교사 대규모 명퇴

  • 입력 1999년 8월 19일 20시 03분


교원 정년 단축과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경험 많은 교사들이 대거 교직을 그만두면서 2학기 초등학교 운영과 수업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올해 전국에서 정년 및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났거나 떠날 예정인 초등 교원수는 9554명(전체 13만7576명의 약 6.9%)에 달한다. 모자라는 교원은 △추가 임용 1204명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 가운데 선발한 기간제 교과전담교사 3833명 △학교 통폐합 등으로 남는 교사 1996명 △정년퇴직자 임시 채용 2521명 등으로 채워 현재 교사 부족 현상은 해결된 상태.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베테랑’ 교원들이 크게 부족해지면서 학교마다 ‘교사 공동화(空洞化)’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내의 경우 8월말에 퇴직하는 교장들이 전체 공립 488개교 교장 가운데 226명이나 된다. 이에 따라 학교 운영 경험이 없는 신임 교장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돼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심지어 교감직을 1년도 거치지 않은 채 교장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상당수 된다.

또 경험 많은 교사들이 줄면서 교장 교감과 젊은 교사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며 후배 교사들에게 경험을 전수할 교사 사회의 노장청(老壯靑) 유대관계도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내의 경우 2월말 1000여명의 50대 교사가 명예퇴직한 데 이어 8월말에도 모두 678명의 50대 교사가 학교를 떠나게 된다. 이에 따라 2학기에는 서울 S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교사 48명 가운데 20대 교사가 20명이나 될 정도로 교사 연령 불균형이 심각하다.

서울시내 M초등학교의 정모교감(53)은 “교사생활 20년이 지나니 비로소 교육이 뭔지 알 것 같다. 교사는 결혼, 자녀 취학, 자녀 성장 등 인생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험 많은 교사들이 사라지면서 지난 1학기부터 일선 학교에서는 젊은 교사들이 학습지도안과 공문서를 작성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족한 초등교사 인력 수급을 위해 도입된 교과전담교사제도 교육현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전국에 1만여명에 달하는 교과전담 교사는 고령이나 병약 등 담임을 맡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나 이들은 2학기부터 중등교사 자격을 가진 교과전담교사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다시 담임을 맡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밖에도 교원노조 합법화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노조지부 설립을 둘러싸고 노조가입 교사와 학교측 사이에 갈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이미 7월 노조 분회를 설치하고 간판을 내걸겠다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과 교육부 방침에 따라 학교내 분회 설립을 금지하는 학교측이 마찰을 빚기도 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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