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동강댐 백지화 시사]실무자들 낭패감

  • 입력 1999년 8월 6일 19시 19분


강원도 영월의 동강댐 건설계획이 백지화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6일 강원지역 4개 문화방송(MBC)과의 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에서 이같은 분위기는 충분히 감지된다.

이달 중 출범하는 ‘영월댐 타당성조사 공동조사단’이 앞으로 6개월 간의 조사활동을 거쳐 최종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지만 김대통령의 언급은 하나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몇달 전만 해도 동강댐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기운 듯했다. 3월에는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언론보도에 대해 “언론이 한쪽 편만 든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6월 이건춘(李建春)건설교통부장관의 업무보고가 김대통령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장관은 당시 물공급 측면만을 중시했던 종전의 입장에서 벗어나 환경보전과 생태계보호, 홍수조절기능의 대체가능성, 절수대책을 통한 대안모색 등 전반적인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댐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보고했다.

그 후 절수방안만 잘 수립하면 현재 건설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7개의댐중절반 정도를 취소해도무리가없다는추가보고가있었다. 또 동강댐이 기대만큼의 홍수조절기능을수행할지에대한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계속되자 김대통령으로서는 “안할 수 있으면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와 건교부의 실무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우선 정부가 시민단체의 압력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고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동조사단이 아직 구성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김대통령의 의중이 너무 부각될 경우 “대통령이 모든 국정현안을 결정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건교부의 한 실무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도권지역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댐 건설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라며 낭패감을 나타냈다.

김대통령의 언급에 따라 공동조사단의 조사활동이 주목을 받게 됐다. 그러나 조사단 참여를 거부했던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지난달 말 조사단에 합류키로 함에 따라 댐건설 백지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정부 관계자들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최영묵·황재성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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