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물난리 대책/파주 문산]“배수펌프 3배이상 확충”

  • 입력 1999년 8월 6일 19시 05분


5일 오후 경기 파주시청. 문산이재민대책위원회 김영래(金榮來·55)위원장 등 이재민 10명과 송달용(宋達鏞·56)파주시장이 이번 수해에 대해 2시간반 동안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이재민들은 “3년전과 똑같은 범람 과정을 거쳐 똑같은 장소가 침수된 것은 시의 직무유기때문”이라고 비난했고 송시장은 “하천기본계획에 따라 동문천 수방공사를 진행했지만 정부의 예산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 동문천변 제방 축조

문산읍 수해의 직접적 원인은 시가지를 싸고 도는 동문천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문산철교 상류쪽의 둑을 통해 물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 파주시는 96년 수해 이후 104억원가량을 들여 동문천 하류에서 1.6㎞에 걸쳐 강폭을 33m에서 65m로 넓혔다. 제방높이도 8.14m에서 10.85m로 높였다. 그러나 시는 60억여원이 드는 상류쪽 제방은 예산을 신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또 하류쪽 제방중 경의선이 지나고 있는 철로지점 제방은 예산권을 쥔 철도청이 복복선화 공사 때인 2004년경에나 제방을 높이자며 공사를 늦췄다.

▼ 배수펌프 증설

시는 96년 수해직후 20여억원을 들여 펌프시설 2기의 용량을 4배로 늘렸다. 그러나 임진강 상류에서 밀려든 물과 서해 밀물이 만날 경우는 미처 감안하지 못했다. 시관계자는 “우리 예상이 빗나갔다. 배수펌프시설의 용량을 현재보다 최소한 3배는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용량을 3배이상 늘리려면 예산은 40억∼50억원정도가 필요하다.

▼ 하천 정비

현재 파주시 소하천의 총연장은 290.2㎞. 이중 20%가량인 58㎞만 정비돼 있을 뿐이어서 하천을 모두 정비하려면 2000억여원이 더 필요하다.

시는 96년과 지난해 수해 이후 파주시내 하천정비를 중기사업으로 계획했으나 늘 후순위로 미뤄놨다. 하천을 정비하는 데 ㎞당 10억원가량의 예산이 드는데다 ‘설마 또 엄청난 비가 내리겠느냐’는 무사안일한 태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

이 때문에 95억원의 복구 예산을 확보한 곡릉천은 예산집행이 너무 늦어져 첫삽을 뜨지도 못한 채 둑이 또 무너져 내렸다. 늘노천도 지난해 수해가 발생한 지 9개월만에 복구공사에 착공했으나 또다시 무너졌다. 문산읍 시가지를 감싸고 흐르는 문산천의 월롱교 인근 제방도 96년과 지난해에 잇따라 무너진 뒤 올해 또 범람했다.

▼ 도시 재개발

문산읍 시가지는 해발 4∼5m에 불과한 저지대. 평소에도 서해 밀물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임진강과 문산천 동문천 하류에 위치해 있어 폭우가 쏟아질 경우 수해가능성이 높다. 이때문에 96년 수해뒤 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읍내 재개발을 경기도와 정부에 건의한 뒤 일부 구역의 구획정리를 마치고 재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국고지원 없이 시작한 일이어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는 못했다.

▼ 진단 및 대책

국립방재연구소 김양수(金陽洙)방재연구실장은 “문산읍의 경우 당장 급한 대로 건물 1층과 지하는 주차장 등의 시설로 용도를 변경하고 배수펌프장 확충과 함께 저지대에 유수지를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같은 연구소 이종설박사는 “정부가 임진강유역에 중소규모의 홍수조절용 댐을 건설하고 유역의 62%가 걸쳐 있는 북한과 공동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선대인·박윤철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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