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사회보험中]잘못된 조세제도

  • 입력 1999년 5월 10일 19시 53분


『국민연금 확대와 의료보험 통합이 성공하려면 조세정책의 개혁이 불가피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자영자의 실제소득 파악을 위해 총리실 산하에 신설된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의 박승(朴昇·중앙대교수)위원장.

그는 “사회보장제도의 확충과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는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사회보험 수술과정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비난을 정부가 공평 과세를 실현하는 추진력으로 전환한다면 두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위원장의 말처럼 ‘공평 과세 공평 부담’의 관행이 쉽게 확립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 과세특례제 ▼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37)는 실제 한달 매출이 1천만원이지만 국세청에는 연간매출 4천8백만원 미만의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자로 등록돼 있다. 김씨는 이번 국민연금에 한달 소득을 90만원으로 신고했다.김씨처럼 과세특례자로 분류되면 부가세가 10%에서 2%로 줄어드는 직접적 혜택외에도 기장을 보여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실제 소득을 숨기기가 더 쉬운 또다른 특혜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특례대상이 간이과세자를 포함, 전체 자영자의 3분의 2나 된다는 데 있다.

경실련 나성린(羅城麟)정책위원장은 “외국의 경우 과세특례자는 전체 부가세 대상자의 5∼10% 수준”이라며 “배보다 배꼽이 커진 과세특례제를 폐지하지 않고는 자영자의 투명한 소득파악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세무조사 강화 ▼

서울 강남의 한 세무서 부가세과의 직원은 모두 18명. 이들이 맡고 있는 개인사업자만 1만3천명이나 되기 때문에 한사람당 7백20명을 관리해야한다.

연세대 윤건영(尹建永)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세무조사 대상이 매년 납세자의 1∼5%지만 국내에서는 소득세의 경우 0.2%, 부가세의 경우 0.1%만 조사되고 있다”며 “세금의 정부부가제를 신고납부제로 전환하는 대신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가산세를 높여 탈세의 위험부담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명근(崔明根)서울시립대교수도 “국세청에 계좌추적권을 주고 4,5년에 한번씩 세무조사를 받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치권의 과제 ▼

이처럼 복지정책 확립을 목표로 한 사회보험제도 개혁이 세제개혁을 향한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은 정치권의 자업자득이다.

과세특례 기준이 2천4백만원에서 3천6백만원으로 오른 88년과 3천6백만원에서 4천8백만원으로 오른 96년은 공교롭게도 모두 총선이 있던 해였다.

특히 문민정부 시절인 96년에는 과세특례제 폐지를 추진하다가 자영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특례기준 상향조정은 물론 간이과세제라는 없던 혹까지 붙여주고 말았다.

〈권재현·이완배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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