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 미술관 5곳 운영 …『세제혜택 의도』비판도

  • 입력 1999년 3월 11일 19시 37분


SK㈜ 최태원회장의 부인이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씨가 최근 워커힐미술관장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 재벌가들은 미술관을 좋아할까.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미술관은 모두 39개. 이 중 재벌미술관은 5곳. 호암미술관장은 삼성그룹 이건희회장 부인 홍라희씨, 성곡미술관장은 쌍용그룹 김석원회장부인 박문순씨, 금호미술관장은 금호그룹 박성용명예회장 여동생 박강자씨,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대우그룹 김우중회장 부인 정희자씨, 워커힐미술관장은 SK㈜ 최태원회장이 맡고 있다.

워커힐미술관측은 “아직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고 피해갔다. 그러나 미술계는 SK㈜이 오는 11월 무교동 새 사옥으로 옮겨 갈 때 다른 재벌들과 마찬가지로 노씨가 관장을 맡을 것으로 내다 본다.

왜 재벌들은 미술관 운영에 열을 올릴까? 세금 때문인가, 사회에의 기여 때문인가.

미술관에 주어지는 가장 큰 혜택은 상속세 및 증여세 유예. 일반적으로 상속세 징수율은 상속액수의 10∼45%. 그러나 미술관을 세우고 소장작품을 미술관자료로 문화관광부에 등록할 경우 이들 작품들에 대해서는 팔 때까지 상속세 징수가 유예된다. 막대한 상속세를 물지 않고도 후손에게 수집품들을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이 생기는 것이다.

미술관을 운영하는 법인이 얻은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도 큰 혜택. 취득세 특별소비세 등 17가지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호암미술관 측은 “상속세 및 증여세가 유예되는 것은 이들 미술품들이 미술관 안에 있을 경우에 한한다”며 “작품들을 팔 때는 내지 않았던 상속세도 한꺼번에 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속세를 영원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주장. 상속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술관을 영구히 운영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재벌미술관들은 “재벌이 미술관을운영하는것은부의 사회환원성격이강하다”고말한다.

사실 국내 미술관과 박물관은 합쳐야 1백27곳에 불과하다. 미국 4천6백, 프랑스 1천3백, 일본 2천9백, 독일 4천여곳에 비하면 매우 적어 재벌들이 미술관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현상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꽤 높다.

그러나 미술계 일각에서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상속세 유예가 되레 미술작품의 활발한 유통을 가로막는다는 것. 미술품을 일정기간 보유한 이후에는 상속세를 면제해줘야 좋은 작품들이 잘 유통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상속세를 면제해 줄 경우 미술관이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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