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업협정에 따라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할 수 있는 국내 연근해 어선은 오징어채낚기 5백58척과 대형선망 2백5척 등 모두 1천5백67척으로 대부분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해안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11일 현재 실제로 출어한 어선은 전체의 5.2%인 82척에 불과하다.
한일어업협상과정에서 누락된 대형기선저인망 쌍끌이와 복어채낚기 오징어채낚기 장어통발어선 등이 대부분 감척신청을 한 채 조업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국내 위판량의 35%를 차지하는 부산공동어시장의 2월 위판실적은 2만8백40t으로 1월(4만7천4백t)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선원실직자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부산의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은 올해 실직 예상자가 오징어채낚기 5천4백명, 쌍끌이 2천명 등 모두 2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출어포기는 수산 관련산업의 도산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수리조선업체가 밀집한 부산 영도구 대평동 일대 1백여개 선박수리업체는 수리조선 물량이 아예 없어 곧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영남선박 최영배(崔映培·40)사장은 “어업협정 발효전에는 한달에 2∼5척은 수리를 했는데 협정후에는 한척도 못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모든 중소조선소가 도산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부산시내 30여곳 대형 냉동창고의 재고율도 어업협정 이전 50%선에서 이달들어 40% 정도로 낮아졌다.
그물을 만드는 4백여개 어망제조업체를 비롯해 고기상자제조업체와 어선에 기름과 부식을 공급하는 업체 등도 매출액이 이달들어 50∼70% 이상 감소했다.
전국어민총연합회 유종구(兪鍾久·50)대표는 “현실과 동떨어진 한일어업협정으로 수산업계가 공멸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는 직접 피해를 본 어민뿐만 아니라 관련 업종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마산〓강정훈·조용휘·석동빈기자〉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