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협파장]부산 수산업 『수렁』…선원실직-업계도산

  • 입력 1999년 3월 11일 19시 01분


부산 경남지역 수산업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1월22일 한일어업협정 발효이후 “나가면 손해”라며 많은 어선이 아예 출어를 포기, 어획량이 격감하면서 생선가공업체 냉동창고 수리조선 고기상자제조업체 등이 연쇄적으로 파산위기를 맞고 있다.

한일어업협정에 따라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할 수 있는 국내 연근해 어선은 오징어채낚기 5백58척과 대형선망 2백5척 등 모두 1천5백67척으로 대부분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해안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11일 현재 실제로 출어한 어선은 전체의 5.2%인 82척에 불과하다.

한일어업협상과정에서 누락된 대형기선저인망 쌍끌이와 복어채낚기 오징어채낚기 장어통발어선 등이 대부분 감척신청을 한 채 조업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국내 위판량의 35%를 차지하는 부산공동어시장의 2월 위판실적은 2만8백40t으로 1월(4만7천4백t)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선원실직자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부산의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은 올해 실직 예상자가 오징어채낚기 5천4백명, 쌍끌이 2천명 등 모두 2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출어포기는 수산 관련산업의 도산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수리조선업체가 밀집한 부산 영도구 대평동 일대 1백여개 선박수리업체는 수리조선 물량이 아예 없어 곧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영남선박 최영배(崔映培·40)사장은 “어업협정 발효전에는 한달에 2∼5척은 수리를 했는데 협정후에는 한척도 못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모든 중소조선소가 도산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부산시내 30여곳 대형 냉동창고의 재고율도 어업협정 이전 50%선에서 이달들어 40% 정도로 낮아졌다.

그물을 만드는 4백여개 어망제조업체를 비롯해 고기상자제조업체와 어선에 기름과 부식을 공급하는 업체 등도 매출액이 이달들어 50∼70% 이상 감소했다.

전국어민총연합회 유종구(兪鍾久·50)대표는 “현실과 동떨어진 한일어업협정으로 수산업계가 공멸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는 직접 피해를 본 어민뿐만 아니라 관련 업종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마산〓강정훈·조용휘·석동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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