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떡값판사」처리]「제식구 감싸기」式 마무리

  • 입력 1999년 2월 19일 19시 29분


대법원은 이종기(李宗基)변호사로부터 ‘떡값’을 받은 판사들중 한명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해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의 자체조사결과 이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현직 판사는 5명. 그러나 징계시효가 지나지 않은 고법 부장판사급 2명은 이미 사표를 냈기 때문에 징계할 필요가 없으며 나머지 3명의 판사들은 징계시효가 이미 지나 징계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주장이다.

대법원의 이같은 징계수위는 지난해 의정부 법조비리사건 연루자에 대한 징계나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징계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관대하다.

의정부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수백만원의 ‘떡값’을 받은 판사 5명에 대해 징계위원회에 회부, 정직 6∼10월의 중징계를 내리고 1명을 견책하고 6명을 경고조치했다.

또 징계이전에 사표를 낸 판사들에 대해서도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선(先) 징계, 후(後) 사표’ 원칙을 고수했다.

게다가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외연수비 명목으로 1백만원을 받은 평검사를 인사조치하고 휴가비 2백만원을 받은 지검 차장검사로부터 사표를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변호사로부터 떡값을 받은 3명의 판사들에 대해 ‘돈이 적고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경고조치나 인사상 불이익도 주지 않고 ‘무혐의 처리’키로 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또 자체조사결과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이변호사를 직접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물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변호사의 진술을 무시하고 해당 판사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징계시효가 지난 3명의 판사들도 검찰의 계좌추적에서 드러난 50만원 안팎의 금액만 받은 것으로 발표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 계좌추적에서는 받은 돈의 일부만이 드러나는 것은 수사의 상식이다.

한편 법원에서는 양삼승(梁三承)대법원 비서실장이 사표를 낸데 대해 “청렴하기로 소문난 양회경(梁會卿)전대법관의 대를 이어 ‘2대 대법관’이 될 인물인데 이변호사와 허물없이 지내다 유탄을 맞았다”며 안타까워 하는 분위기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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