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비리 파장]관련법조인 책임 물을 듯

  • 입력 1999년 1월 10일 20시 23분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수임비리사건은 법조계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 것인가.

법조인들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이 사건은 법조계의 신뢰성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어 어떻게 결말이 날지, 누가 책임을 질지, 어떤 모습으로 수습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전현직 판검사의 ‘검은 거래’를 밝히라는 세간의 요구에 흡족할만한 수준의 ‘성과물’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다.

대검 고위간부는 “이변호사의 수임장부에 기록된 전 현직 판검사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먼저 판검사들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 드러나지 않으면 사법처리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돈을 받은 경우에도 사건소개가 판검사 자신의 직무와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면 뇌물죄나 알선수뢰죄 등의 적용이 어렵다.

따라서 검찰은 이 사건으로 사법처리되는 전 현직 판검사가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의정부 법조비리사건의 경우처럼 자신이 맡은 사건을 변호사에게 소개시켜주고 돈을 받은 경찰과 법원 검찰의 일반 직원들만 사법처리되면서 알맹이 없이 수사가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조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수사결과가 아니다. 법조인들에게는 법적 책임 이전에 법의 권위와 신뢰를 위한 ‘또 다른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법원과 검찰은 사건 소개 자체를 금지시키고 있다. 특히 검찰은 사건소개 금지를 검사윤리강령에 명문(明文)으로 규정해 새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한 것으로 드러나는 법조인들은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의정부 사건에서도 이순호(李順浩)변호사의 수첩에 사건소개인으로 이름이 적힌 판검사들이 징계를 당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에 문제된 판검사들이 대부분 부장급 이상 고위직인 점으로 비춰 ‘책임’의 강도가 이전보다 훨씬 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법조인들은 이번 사건이 2월 말∼3월 초로 예정된 법원 검찰 정기인사와 맞물려 인사태풍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법원과 검찰의 ‘인물교체’는 이뤄지지 않아 “이 사건이 법조계 물갈이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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