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北주민 표정]버스 지날때마다 손흔들어

  • 입력 1998년 11월 22일 19시 46분


“동포애의 심정으로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이렇게 만나고 보니 남조선 동포들을 위한 금강산관광이 왜 이제서야 이루어졌나 싶습니다. 모쪼록 좋은 구경하시고 가십시오.”

금강호가 장전항에 입항한 19일 오전 하선작업을 돕기 위해 배에 오른 북한측 수속관 박용철씨는 따뜻한 말로 관광객을 맞았다. 30대 후반으로 짐작되는 서글서글한 인상이 관광객들에게 친밀감과 안도감을 함께 주는 듯했다.

관광객들은 북한주민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다. 북측이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강산에서 간혹 부닥친 북한주민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보여 비교적 좋은 인상을 주었다.

세관 직원들의 경우 첫날 관광객들의 신분을 확인할 때는 다소 긴장한 기색이었으나 둘째날 입항 수속이 지연될 때는 한 관계자가 나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양해를 구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관광코스 곳곳에 배치된 여자 안내원들은 곱게 화장하고 머리에 숄까지 둘러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관광객들이 말을 걸거나 질문을 하면 성의있고 재치있게 답변을 해 인기를 모았다.

만물상코스에서 만난 유정금(柳貞金·20)양은 한 관광객이 “말로만 듣던 금강산 선녀를 만나 반갑다”고 말을 건네자 “저보다 더 예쁜 진짜 선녀들이 많은데 제가 어떻게 선녀 소리를 듣겠습니까”라며 얼굴을 붉히다가도 “선생님을 보니 남남북녀라는 말이 맞는 것 같네요”라는 한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삼일포에서 마주친 여성안내원 이상옥양은 “노래 한곡 하라”는 관광객들의 요청에 빼어난 목소리로 ‘반갑습니다’ 등 2곡의 노래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관광객들이 이동하는 도로 주변의 주민들은 관광버스가 무리지어 지나갈 때면 하던 일을 멈추고 구경하거나 간간이 손을 흔들기도 했다. 특히 아이들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그러나 이동코스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경비를 선 군인들은 경직된 표정과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아 분단의 아픈 현실을 순간 순간 일깨웠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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