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흉작 우려…농경지 폭우침수-병충해 극성

  • 입력 1998년 8월 9일 20시 27분


벼 병충해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가운데 폭우 피해와 일조량 부족이 겹쳐 올해 쌀 작황이 작년수준에 훨씬 못미칠 것으로 우려돼 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중국 양쯔강 대홍수로 예상되는 1천3백만㏊ 규모의 농경지 피해와 엘니뇨로 인한 미국과 호주의 기상이변으로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인 곡물수급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9일 농림부는 최근 며칠간의 기습폭우로 인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침수된 농경지가 3만8천9백12㏊, 유실 또는 매몰된 농경지가 6백84㏊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틀 이상 물에 잠겨 벼이삭 수가 10∼20%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면적은 1천8백㏊로 잠정 집계됐다. 최악의 경우 벼 수확량이 1만5천∼2만섬 줄어들 수 있는 면적이다.

또 벼멸구가 예년보다 20일 일찍 중국에서 날아왔고 장마기간 중에는 저기압 기류를 타고 9차례나 건너와 7월말 현재 1만7천1백14㏊에서 벼멸구가 발생했다. 작년보다 5배정도 늘어난 것.

잎도열병과 잎집무늬마름병의 발생면적도 5만4천5백98㏊와 19만4천9백87㏊로 작년보다 각각 16%와 10% 늘었다.

올해 일조량도 비가 자주 내린 6월∼8월초에 3백2시간에 그쳐 작년의 4백30시간보다 1백28시간, 예년 평균보다는 94시간이 적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현단계에서 올해 작황을 예상하기는 이르지만 대풍이었던 작년의 3천7백80여만섬에는 크게 못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농림부 고위관계자는 “이상기후와 병충해 이외에 농경지가 해마다 3만8천㏊ 꼴로 줄어들고 벼농사를 외면하는 농민이 갈수록 늘어 재고량 격감 등 내년 곡물수급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 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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