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시민반응]「12·3 國恥」… 새각오로 뛰자

  • 입력 1997년 12월 4일 08시 16분


1997년 12월 3일은 국치일(國恥日).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이날 오후 8시경 IMF가 5백50억달러를 한국에 지원한다는 최종합의 내용이 발표되자 국민은 닥쳐올 실업사태 고물가 저임금의 경제한파를 걱정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온 국민은 「어둠이 몰려온 뒤에는 새벽이 오고 동녘에 찬란한 태양이 다시 떠오른다」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결연한 각오로 나서 「수난과 치욕의 시대」를 이겨 나가자고 다짐했다. 회사원 이민영(李旻映·25)씨는 『IMF의 요구조건을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고 치열한 국제 경쟁시대에서 「무장해제」를 당하는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주부 전영라(全英羅·56·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남편이 직장을 잃지나 않을까,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뿐』이라며 『물 한방울이라도 아껴쓰며 국난을 헤쳐 나가는 길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학생 김현수(金鉉洙·19·고려대 경제학과 1년)군은 『우리가 경제의 내실을 다지기보다 덩치키우기에 급급해 치욕을 당했다』며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발전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자기성찰의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이장호(李章鎬) 서강대 교수는 『이제 예산긴축 성장률 하향조정이 이뤄지면 실업공포가 몰려온다』며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진단했다. 박성호(朴成浩)변호사는 『오늘을 경제신탁통치 선포일이라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우리가 자초한 이번 굴욕에 대해 자성하면서 정부와 온 국민이 합심해 난국의 원인을 하나씩 제거하는데 힘쓰자』고 말했다. 이날 PC통신에는 합의각서를 냉철히 분석한 뒤 절망과 분노를 토로하면서 고통을 극복할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글이 무수히 떴다. 하이텔의 김선민씨(UCLAman)는 『IMF는 미국의 대리인으로 미국은 챙길 것을 다 챙겼다. 이제 미국 자본에 의한 한국 금융의 초토화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천리안의 한 중소기업인(DAVIDCKK)은 『누굴 원망하고 탓하기 전에 지혜를 모아 새로운 각오로 다시 뛰자』고 촉구했다. 〈전승훈·신석호·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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