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수사 전망·문제]주변인물-정치권 내사 확대

  • 입력 1997년 11월 21일 19시 48분


국가안전기획부가 20일 간첩 및 간첩방조 혐의로 검찰에 구속송치한 고영복(高永復)서울대 명예교수 등 4명 이외에도 추가 연루자가 적발될 것인가. 안기부는 『간첩의 진술과 자체 자료를 통해 2백여명에 대해 참고인 조사와 동향내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추가구속자가 나올 수도있다는의미로도해석된다. 안기부 고성진(高星鎭)대공실장도 『간첩과 연계된 사람에 대해서는 계속 알아보고 있다』고 말해 적어도 불고지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기부의 동향내사 대상 2백여명은 일단 북한의 포섭대상 명단에 올랐거나 북한이 자체적으로 「친북 인사」로 분류한 사람들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 중 만약 포섭의사를 타진받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이 확인된다면 불고지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밖에 안기부가 주목하고 있는 인사들은 고교수와 고정간첩인 서울지하철공사 심정웅(沈政雄)동작설비분소장의 주변인물. 고교수의 경우 폭넓은 교류관계를 유지해왔고 심정웅도 북한지령에 따라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동창회와 친목모임을 수시로 보고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주변인사가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 역시 안기부가 아직은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며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일부 정치권 인사가 계속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긴장을 완전히 풀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간첩사건 수사과정에서 안기부가 드러낸 문제점을 단순 실수나 국민의 안보의식 해이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공수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1차적으로 안기부의 자체 수사망에 간첩이 포착돼 수사가 시작된 것이 아니고 △수사과정에서 간첩 1명이 자살하게 한 실수를 저질렀고 △대공 수사망의 전반적인 허점을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문과정에서 자살을 막지 못해 간첩망을 일망타진하지 못한 것은 수사력이 치밀하지 못했음을 드러낸 사례라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남북적십자회담에도 참여할 정도로 역대 정권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인사가 고정간첩이었다는 사실은 대공 관찰대상 선정이 진보적인 성향의 재야인사나 정치인에게만 집중된 결과라며 보다 치밀한 스크린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병기·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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