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교수 간첩사건/행적과 성향]검거前까지 軍과 접촉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4분


적십자회담 참석
적십자회담 참석
36년 동안 고정간첩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드러난 고영복(高永復·69)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사회학계 1세대 원로 중 한 사람으로 역대 정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져온 보수성향 인사여서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문민정권에서도 문화체육부 산하 단체인 문화정책개발원 초대원장을 지냈다. 28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그는 56년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보성고교 교사를 거쳐 57년부터 서울대 사회학과 강사로 강단에 섰다. 이후 성균관대와 중앙대 강사 및 이화여대 교수를 거쳐 66년부터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사회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40여년간 국내에서 공부한 「토종 사회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비판적 성향의 일반적 사회학자들과는 달리 역대 정권과 「우호적 관계」를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60년대말 사회보장심의위원회와 국무총리실 평가교수단의 일원으로 일했으며 70년대초 남북적십자회담 당시 자문위원을 맡아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의 북한방문은 당시 중앙정보부(현 안기부)에서 대북관계 일을 맡고 있던 학과후배정모씨의중개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고정간첩 혐의로 이달초 검거, 구속되기 바로 직전까지도 매주 군 장성들과 함께 남북관계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81년 사회정화위원회 산하 「현대사회연구소」의 초대소장을 맡는 등 5공정권의 이데올로기 구축과 유지에도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또 평화통일자문위원을 비롯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농협의 자문위원과 국토종합개발 심의위원 등을 맡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지난달 중순에는 「정치가 빗나가고 있다」는 제하의 칼럼을 일간지에 기고, 대선을 앞두고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혼탁한 정치권을 질타하기도 했다. 「사회심리학」 「현대사회학」 「사회조사의 방법」 등 사회심리학과 사회조사방법 등의 분야 개설서를 펴냈으며 6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39세 때 결혼한 그는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으며 최근 고혈압과 중풍으로 세차례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았다. 고교수는 부부간첩이 체포된 직후 고정간첩으로부터 『지금 위급상황이니 급히 베이징(北京)으로 출국해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가라』는 연락을 받고 자해를 기도했으나 지금은 그간의 행적을 소상히 털어놓으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안기부는 밝혔다.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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