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직이 정규직 밀어낸다…계약직등 1년새 40만명 늘어

  • 입력 1997년 10월 9일 20시 49분


임시직이 정규직을 일터에서 밀어내고 있다. 기업들이 시간제나 일용 계약직 채용을 늘리는 반면 정규직을 줄이거나 새로 뽑지 않아 임시직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명예퇴직의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은행들은 「빈 자리」를 시간제 근로자들로 채우고 있다. ▼ 정규직 급여의 60% 미만 ▼ 조흥은행의 시간제 근로자수는 작년말 4백95명에서 9월말 5백40명으로 늘었으며 △상업(5백51명) △제일(5백49명) △서울은행(5백10명) 등 4개은행을 합해 1천8백58명에서 2천1백50명으로 2백92명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용역직원의 숫자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 이에 따라 15개 시중은행의 비정규직원은 지난 8월말 1만1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규직원의 14%에 이르는 규모. 은행을 비롯해 기업들이 비정규직원을 선호하는 것은 정규직의 60% 미만의 급여만 주고도 고급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 최근 극심한 취업난을 반영, 시간제 채용에도 대졸자들이 크게 몰리는 현상도 비정규직을 늘려 뽑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노사간 문제가 줄어든다는 점도 기업측엔 매력적인 요소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 유통업계의 경우에도 전체 직원중 파트타이머 등 임시직이 15∼20%를 차지, 3년전의 10%안팎에 비해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서울의 한 백화점은 2,3년전에 비해 정규직 사원의 숫자가 10% 정도 감소한 반면 일용직 사원의 비율은 5% 가량 높아졌다.판촉과의 경우 정규직 사원은 35명에서 1년새 5명이 줄었는데 충원을 하지 않고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임시직이 정규직에 비해 인건비를 20∼30% 이상 절약할 수 있어 임시직을 더 뽑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지난 4∼6월 1년미만의 계약직이나 파트타임 근로자 수가 6백6만명으로 1년전에 비해 40만명(7%) 늘어난 반면 정규직은 7백26만명으로 2% 줄었다고 밝혔다. ▼ 직원들간 결속 안돼 ▼ 이같은 임시직의 증가는 정규직과의 「노노(勞勞)마찰」을 빚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난 봄부터 여직원의 대부분을 계약직으로 쓰고 있는 한 증권사의 경우 정규직 여사원들 상당수가 『임시직과 같이 대우한다』는 이유로 퇴사하기도 했다. 이 증권사의 한 지점장도 『임시직과 정규직 간에 알력이 있어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모씨(31·백화점 대리)는 『임시직이 많아지면서 임금인상 등 근무조건 개선 등을 위한 직원들 간의 결속이 잘 안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명재·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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